어느 평범한 동네의 21세기판 원미동 사람들
<1번 사례>
1. 주공표 임대아파트 하나에 '입주민 협의회'가 생김. 좌우의 민영 아파트는 걍 우리가 하는 거 보고 부러워서 따라하는갑다 하고 생각함.
2. 무슨 선심 쓰듯 당선된 사람이 경비실마다 에어컨 하나씩 놔줌. 없는 살림에 상생 아파트라고 현수막도 걸어둠
3. 그런가 보다 했는데 '입주자 대표회의'를 조직함. 임시 기구를 상설 기구화시켰나보다 했음.
4. 근데 '입주민 협의회'랑 노선이 완전 다름. 에어컨 놔 드렸으니 두 명처럼 일하라면서 경비원 절반을 자름.
5. 알고 보니까 '입주민 협의회'에서 예산 문제(한 달에 20만 원 언저리)로 분열 터지는 바람에 '쿠데타'가 일어난 거라고 함.
6. '입주자 대표회의'가 폭주해서 막 다른 아파트 주민은 차량통행 안된다, 돌아서 도로로 가라, 이런 안건이나 통과시키고 앉아 있음.
7. 내가 볼 때는 뭔가 한이 맺혀서 권력이라는 거를 비스무리하게라도 맛보고 싶었던 거 아닌가 싶음. 온라인의 완장질과 비슷하다는 거지.
<2번 사례>
1.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채로 주공표 분양아파트와 민영아파트가 마주보고 있음. 근데 양쪽 사이가 매우 나쁨.
2. 민영아파트 쪽은 0.5등급이라도 자기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한 반면 주공표 분양아파트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
3. 시공사가 주공일 뿐 제값 다 주고 분양받았으니까 후자가 맞음. 근데 또 주공표 분양아파트 분양가가 몇천쯤 더 저렴헀음.
4. 민영아파트 쪽에서 주공표 분양아파트 부를 때마다 '휴먼시아', 'LH', '주공'을 강조하는 등의 신경전이 끊이질 않음.
5. 그 문제로 학교에서 소풍 안내문 만든 교사 한 명 조리돌림당하고 사과문 올림. 주요 아파트를 언급할 때 '주공 X단지'라고 했나 봄.
6. 근데 작년 지진으로 민영아파트 벽에 금이 왕창 감. 어느 주공표 분양아파트의 아지매가 카메라 들고 달려나가서 사진 다 찍음.
7. 지진 터진 지 10분도 안 돼서 민영아파트 상태가 SNS에 조리돌림당하고 끝내 기레기의 활약으로 공중파 뉴스까지 탐.
8. 당연히 민영아파트 쪽은 분기탱천해서 그 이후로 소송하느니 마느니 겁나 흥미진진하고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모르겠음.
<3번 사례>
1. 주공표 임대아파트는 보증금을 많이 넣을수록 월세가 내려감. 최대치가 6천쯤 되는데 그거 다 넣으면 월세가 11만 원쯤임.
2. 얼핏 말도 안 되는 금액 같지만 이유가 있음. 일단 저 돈을 넣는 게 가능한 형편쯤 되면 주공표 임대아파트 입주민이 아님.
3. 반대로 주공표 임대아파트 주민이 아등바등 돈 벌고 기어올라와서 꽉꽉 채우면 복지 정책의 성공 사례니까 오히려 반가운 일임.
4. 근데 현실은 10% 이상이 입주 조건'만' 맞춰서 들어온 케이스임. 주차장에 보면 K9부터 에쿠스까지 나름 다양함.
5. 최근에는 왼쪽 오른쪽 민영아파트 평균 재산보다 세 배 이상 돈 많은 분이 입주민이라는 것도 밝혀져서 사람들을 놀래킴.
6. 웃긴 건 그 아재 쫓아내라는 여론은커녕 주공표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봐라! 우리도 다 거지는 아니다!'라고 은근 자랑스러워함.
7. 물론 위에서도 말했듯 저런 케이스는 많아 봐야 15% 미만이고, 최소 85%는 애들 간식(불량식품)이랑 몸매(돼지)만 봐도 빈곤층임.
8. 우리 집도 보증금 6천 얼마에 월세 11만 얼마 내고 있긴 한데 아등바등 벌어서 신분상승 중인 거니까 해당 없음. 참고로 내가 캐리함.
진심 21세기에 원미동 사람들 같은 소설 쓸 거면 우리 동네 모티브로 삼아서 참고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