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속상하다 애들아 나 좀 도와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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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속상하다 애들아 나 좀 도와줘 제발...

익명_NjQuMzIu 0 920 0

                                                                

 


 

 

어디 말할데가 없어서 여기에다 보따리를 푼다..

본인은 고등학생 3학년, 말년 급식충이다.

 

이야기는 거슬러 거슬러 중학교 3학년, 내 인생의 황금기이자 가장 뚱뚱했던 시기로 간다.

나는 중학교 1학년, 2학년 반에서 장난꾸러기를 자처했었다.

개그맨 이미지였는데 뭐가 웃겼던지는 모르겠다.

그냥 돼지가 능청스럽게 떠드는게 웃겼겠지

그렇다고 학교에서 인기있거나 힘있던건 아니었다.

인기있고 힘있는 애들한테 재롱부리는 정도였다.

 

중학교 3학년도 그랬다.

무서운 놈이 한놈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있는 힘껏 재롱을 부리니 역시나 반응은 좋았다.

어쩌면 난 지금까지도 관심종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뭐, 중학교 1~2학년과 다른점이 하나 있었다면 그냥 눈에 띄는 여자애가 한명있었다.

작고, 머리를 묶고, 아담하고, 귀여웠다.

그리고 헬로키티 슬리퍼를 신고있었다.

 

어쩌면 그때 반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적어도 그렇게 설레지는 않았었다.

내 여잔 아니었지만, 어딜가도 멋진 여자는 많았다.

학기 초에는 남자녀석들과는 많이 친해졌지만 여자애들과는 전혀 대화가 없었다.

하기야 말했듯 남자애들은 돼지녀석 재롱이 재밌었을테지만 여자애들은 그닥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1학기가 저물때 즈음 모든 반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그 여자아이와도 장난치는 사이가 되었다.

알게된 사실은 학교에서 전교 1등이며, 치과의사가 되고싶고, 헬로키티를 좋아한다는 거...

난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있던 얘기를 이렇게 끄적이는것도 좋지만 난 나만의 세계를 내가 움직인다는게 너무 황홀했다.

 

아무튼지 우리는 다른 친구와 다를 것 없는 사이였다.

옷을 잡아끌면서 하지마라~ 하면서 낄낄댄다던지

필통을 가져가서 모르는척한다던지...

 

그 시기쯤 난 정말 걔를 좋아하게 된것같다.

주말이면 월요일이 기다려지고, 창문으로 비춰서 괜히 얼굴을 쳐다보고,

혹 쳐다보다 들키면 이왕 마주친거 십초는 쳐다보고선 '뭘 봐~'하는 장난으로 무마시켰다.

또, 내가 걔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수는 없을까 싶어 내기에서 일부러 져서 매일매일 제티를 줬다.

카톡하고 싶어서 세시간동안 쿠키런을 해서 걔 점수를 뛰어넘고선 에베베 놀리기도 했고...

 

그러던 그해 가을이었다.

 

나에겐 정말 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 암친 '

엠창 친구로 하려고 했었는데 뭔가 너무 쌔다 싶어서 암창 친구로 바뀌었고, 어쩌다 보니 암친으로 부르게 되었다.

뭐가 순화된건지는 아직까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중 두명이 같은 반이었다.

똑부러진 친구 똑딱이, 그리고 내가 짝사랑하던 그 여자애와 중학교 2학년부터 같은반이던 전교 2등.

 

매일 매일 이 친구들한테 너무 좋다고 온몸을 부르르떨면서 이야기 했었는데 역시 남자애들은 응원보다는 자꾸 해결책을 내놨다.

학교에 불을 지른 다음 그 여자애를 구하라던지, 아니면 엄마 카드를 훔쳐서 돈을 다 뺀다음 실수인척 통통한 지갑을 흘리라던지..

 

병신

 

아무튼 어느날 여느때나 다름없이 똑딱이집에 가서 놀고있었다.

시골의 가을은 선선했다.

풍만한 햇살이 내리쬐이고 기분좋은 바람이 막 불어오는 그런 좋은 날이었다.

신도 무심하시지, 똑딱이는 나한테 그 여자애가 좋다고 했다.

좋아해도 되겠냐고...

 

난 정말 그 여자애를 좋아한다.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본다.

화상을 당해서 얼굴이 끔찍해져도 사랑할수 있을까.

매번 생각하지만 고민한다.

그래서 내가 걔를 사랑하지 않는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난 어이없는 홈런을 맞았다.

이를테면, 나는 능력없는 투수였던 것 이다.

사실은 내 첫사랑을 거머쥘 능력이 없었음에도 오늘따라 안풀리는 척하며 모자를 들어올리고는 땀을 닦았다.

며칠 뒤, 그 녀석은 그 여자애와 연애를 시작했다.

난 홈런볼이 힘좋게 날아가 담장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난 그 여자애에게 제티를 주지 않았다.

 

내가 죽기로 기를 쓰고

그리워하다 당장 숨을 거둔다 해도

너는 냉랭하게 나를 내려다 볼 밖에.

 

둘은 며칠 안되는 짧은 사랑을 했지만.

시간은 흘렀고 그렇게 난 졸업했다.

 

그 뒤로 전교 2등과 사귀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그 전교 2등이 바람을 피워 그 여자애가 버림받았다는 소식도.

그 녀석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수 있냐는 사람도 있지만 난 똑딱이와 지금까지 잘지낸다.

똑딱이는 일년지난 여자친구도 있다.

아무튼 난 글로 밥벌어먹기 힘들단 말듣고는 공업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고등학교 2학년.

 

아직 어른이라기엔 한두톨 적은나이지만

한두번씩 경험해봤을 급식충들 술자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두잔씩 홀짝거리면 어른이 된것같아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는데.

난 으쓱으쓱 어깨춤을 추다가 그만 그 애에게 카톡을 해버렸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 나 너무 억울해

누구보다 널 사랑해

웃는 모습이 이뻐

고민있음 나한테 말해 '

 

죽고 싶다..

내 스스로가 '좋아했다.' 라는 사랑의 마침표를 끊은 것이다.

 

그후 그 여자애와의 관계는 혼돈의 카오스..

그렇게 내 첫사랑은 끝나가는 듯 했다.

 

 

난 추억에 대해서 좀 중요하게 생각한다.

죽을때 남는건 추억뿐이고 인간이 사는 이유도 마지막 순간에 느끼는 추억의 아련함을 맛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난, 어른이 되서 그 여자애를 추억할때 적어도 아무것도 안해보고 실패했다 하기보다는 뭐라도 해보자.

여기서 끝낼순 없다! 이 또한 추억이다! 생각하면서 하나 결심을 했다.

 

크리스마스에 장갑을 주는거다!

 

응팔보면서 장갑을 주면 겨울에 잘 쓰고 다니겠지?

하면서 결심하게 되었다.

소심한 내 딴에는 정말 컬쳐쇼크인 생각이었다.

난 그 여자애가 좋아하는 키티상자에 빨간색 장갑을 담아 1개월을 기다렸다.

 

어쩌면 주접일지도 모르지만 난 로망이 너무 많다.

 

쓰리 투 원! 해피 뉴 이어를 외치면서 짝사랑하는 누군과와 입맞춤하는 것.

캠프파이어에서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며 타닥타닥대는 장작의 연주를 듣는 것...

그래서 뭔가 연말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여유롭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뭔가 나를 도취시키는것 같다.

잠시 거기에 미쳤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이브,

난 되게 멋진 남자가 된 기분으로 그 애 집앞에서 삼십분정도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장갑도 한번 껴보고 얘가 이걸 끼면 간접손잡기인가?! 하면서 괜히 설레고 그랬다.

생각해보면 되게 스토커같다.

얘는 내가 자기집 어딘지 아는것도 모르는데...

 

기다리는데 안오길래 페메로 내려와줄수 있냐고 물었다..

메세지를 보내는데 일년전에 페메한 게 있더라

 

요즘 자기 너무 힘들다 ㅠㅠ 이런 내용으로 페메가 왔었는데.

난 그때 뭔가 배신감에 단답하고 그렇게 끊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내가 그렇게 얘를 좋아하는지 몰랐으니깐..

 

잠옷을 입고 내려오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이 세상에 이런 사람과 같이 현존하고 살아간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감사할 정도로 이뻤다.

머리 웨이브로 길게 내려오고 빨간 잠옷에 부끄럽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려오는데

신발은 아직도 키티 슬리퍼...

 

막 할말 많이 생각해놨는데 다 까먹었다.

그래서 추운데 미안하다고 저번에 이상한 말했던거 미안하다고 하면서 상자주니깐

뭐야~하면서 몸 베베꼬는데 와...신이시여

크리스마스 선물 미리 주는거야 하고선 눈이 마주쳤는데.

뭔가 죽어버릴거같아서 안녕 하고선 도망갔다.

 

일주일을 설레고도 지금 생각하면 또 설레인다.

우리가 또 단둘이 어딘가를 걸을 수 있을까?

 

그렇게 또 일년,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해졌다.

너는 나를 안 좋아하니까 사실은 널 좋아한 만큼의 보상심리였을 거라고 합리화도 해보고,

다른 여자애도 소개받아 사귀어봤지만 페북에 돌아다니는 너의 재밌는 학교생활, 성빼고 부르는 너의 친한 남자친구들,

버스타고 출퇴근할 때 보이는 우리가 함께했던 중학교, 가끔씩 펼쳐보는 일기장에 끄적인 네 이름...

어찌 내가 포기할 수 있을까...

 

이번 연말파티에 내가 널 데려갈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냥 여기다 시원하게 글쓰고 나니깐 기분좋다.

뭔가 감성팔이 하다보니 오글거리기도 했는데 이게 내가 앞으로 하게될 일인걸 뭐 ㅋㅋㅋㅋㅋ

갑자기 쓰다보니 가독성이 제로인데 그냥 내 마음은 이렇다.

 

첫사랑이란 건 나한테 가장 중요한 추억이고 그 여자애는 내 첫사랑이다.

훗날 아내가 내가 첫사랑이냐고 물어보면 당연하지~ 하면서 의미모를 흐뭇한 미소지으며 생각할수 있는게 첫사랑인데.

언젠간 너가 나한테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라는걸 말해주고 싶다.

 

살빼고 좀 꾸미면서 너한테 다가간게 좀 꾸미니깐 너가 뭐 된줄알고 걔한테 달라붙는거냐고 주변사람들이 묻는다.

그냥 좀더 다가가고 싶어서 살빼고 꾸민건데 뭐가 잘못됬냐

 

 

난 정말 그 여자애를 좋아한다.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본다.

화상을 당해서 얼굴이 끔찍해져도 사랑할수 있을까.

매번 생각하지만 고민한다.

그래서 내가 걔를 사랑하지 않는줄 알았다.

 

정답은 YES다.

난 걔를 사랑한다.

너가 날 사랑하게 된다면 난 맹세코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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