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등의 세계1
밝을 때는 차와 인파들이 한창이지만
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지는 곳...
버스를 타고 한번씩 이곳을 지날 때는 몰랐다가
자전거를 타게 되고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다 이 동네를 알게 되었다.
어떤 특색이 있거나 중요한 뭔가가 있는건 아니다.
삼색등의 업소들이 간간이 보인다는 것 뿐.
20여년 인생동안 가본 적이 없었고
영원히 가지도 않을 곳이라고 생각했던 곳,
어느날 밤 자전거를 타고 그 동네를 기웃거리게 된 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오히려 여자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거다.
처음 사귀었던 여친과 제대로 된 경험을 해보지도 못하고 헤어졌던 게 얼마되지 않았고
정말 제대로 된 관계를 해보고 싶다는 욕구...에 주체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그 동네를 거닐었다.
관계는 돈으로 사고파는게 아니다라는 신념이 있었기도 했고
깜깜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지나가는 차에서 아는 사람이 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소심함에 대로변에 있는 업소를 들어가긴 주춤했다.
셔터가 내려진 어두운 시장을 들어가다보니
골목길에 있는 작은 업소를 발견했고
그제서야 용기가 생겼지.
들어서자 마자
아주머니가 나에게 대뜸 하는 말이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얘기를 하는게 아닌가.
나는 알고있다며..태연한 척 자리에 누웠다.
아주머니가 이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주변에서 본 듯한 곱상한 외모의 평범한 아주머니 정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중학교때 한번쯤 생각해봤던 친구엄마에 관한 판타지가
드디어 실현되는 것인가하면서 떨렸어.
이런저런 사적인 얘기를 하면서
시간은 계속 흘렀어...
열심히 안마해주시는데
처음에 긴장했던 떨림은 점차 사그라들고
정말 여기 안마만 하는 곳인가하는 조바심이 커지기 시작했어.
은밀한 곳에서 정사를 하는 상상을 꿈꿨는데
분위기가 너무 밝게 흘러가는게 아닌가....
그리고 입고 왔던 복장 그대로 누워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조금씩 불안해졌지.
낯선 사람의 손길로 기분은 좋았지만
야릇함은 잠깐이었고 나는 정말 마사지만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 곳이 서지도 않았다.
이 분위기를 바꿔볼 수 있는게 그거 하나뿐이라 생각했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그 곳은 잠잠했어.
대뜸 커져서 아주머니가 그 곳을 쳐다봐줬으면하는 생각이 절실했지.
아주머니의 말에 마사지 시간이 끝났다는 걸 알게되었고
아 이렇게 끝나구나라고 아쉬워했다.
마사지는 근데 정말 잘하시구나...라고
위안을 삼으려고 그 순간
내 그 부위에 손을 덥썩 올려
짧게 한두번 쓱 어루만지곤
"젊은 사람이 반응이 없네?" 하며
커피 먹을거냐고 내게 묻는 것이었어.
아주머니가 터치하고 지나간
그 짧은 순간 이상한 느낌이
내 머리안을 훅 강타했고
소리만 내지않았지..
마음 속으로 헛...했다.
난 당황해하면서 커피를 마시겠다곤 대답했지만
내 짧은 빈숨을 눈치챘는 듯이
아주머니의 나즈막히 콧숨을 내뱉으며
마치 웃는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다.
나는 침상에 앉고 아주머니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아까와 같은 사적인 얘기가 이어졌다.
대화가 오고갔지만 내 머릿속엔
내가 먼저 얘기를 해야하는건가..
내가 얘기하기를 기다리는건가.. 이런 생각이 계속 오갔다.
그러다 용기내어
그 말을 아주머니께 건넸는데
아까 방문했을 때 처음 내게 한 말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여긴 그런 곳 아니다라며.
다시 안되냐고 물었을 때
단호한 아주머니의 거절에...
당황해 잠깐 넋이 나간 내 모습을 봤던지..
아주머니는 아까와 같은 콧숨을 내시면서 커피를 마셨어.
아까 내 그 곳을 만지신 이유가 뭐냐고 물었는데
아주머니가 태연하게..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둥 눈웃음을 치며 모르는 척하는게 아닌가...
이 아주머니가 내 것을 흠뻑하게 빨고
서로가 벌거벗은 채 아주..질뻔하게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엄청난 기대를 한 게
참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그 때는 몰라서그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단돈 5만원에 무엇을 바란건지 참..
상상했던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예 부응을 못한다는 현실이 눈 앞에 떨어지니
절망이었고 당황스러웠다.
이 모든게 짧은 시간에 느꼈던 감정이었다.
내 감정을 읽었는지
아주머니는 오히려 태연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 같았다.
우습고 비참하지만
정말 안되는건지.. 여러차례 물었다...
나의 착각이었다.
나이든 여성이 나같이 파릇파릇한 젊은 이를 당연히 좋아하고
쉽게 받아들일 것 같았는데...
젊음이란 무기를 갖고서도 여성에게 환심을 사지 못하는 내 자신이 비굴해졌고 초라함을 느꼈어.
아주머니는 계속 안된다고 하시면서 웃으시는데...
내 착각이 역으로 되어 내가 오히려 그녀에게 매달리고 있는 꼴이 되었다.
그녀의 거절횟수에 따라 그녀의 가치가 높아지는 듯했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요구한게 정말 무례한 상황이 되어버렸을까..
잠시 아주머니를 돈을 주면 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여겼다가
그냥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이자 평범한 한 사람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는 그래도 한결같이 웃음을 잃지 않고 태연하게 보였다.
"순딩이처럼 생긴 젊은이가 진까 응큼하네 ㅎ"..
나는 정말 민망했다.
애써 멋쩍게 웃으며.. 다 마신 종이컵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날까했다.
한때 친구들이 그런 업소를 가자고 할 때 쿨하게 거절했던 내 모습....
여자만난 무용담을 하는 친구들을 볼 때 혼자 순결하고 고고했던 내 자신과는 전혀 달랐다.
그랬던 내가 중년의 아주머니에게 매달려 애걸복걸 요구하고 있다니 말야.
"아주머니 정말 예쁘신 것 같아요..
아저씨가 진짜 부럽네요"
이런 말을 뱉으려고 한게 아닌데 뭔가 말을 이어가면서
끝을 내지않으려는 강박에 헛말이 나와버렸다.
그리고 지갑 속 현금은
6만원이 전부라
지폐를 모조리 꺼내어가면서
최대한 정중하게 성의를 보였다.
내가 매달릴수록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주머니는 나를 어린아이보는 마냥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했고
아마 아주머니의 눈에 내가 아주 우습게 보였을 것 같다.
내가 계속 재촉했던지
아주머니는
아직 다 마시지 않은 커피를 조금씩 마시며
점차 내 시선을 피해 옆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
웃음끼가 빠진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변해갔다.
그때서야 정말 아닌거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다시 태연한 척 멋쩍이며 웃으며 일어났다.
이 아주머니는 정말 그런 일 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생각과
어른에게 내가 무슨 결례를 했는지...
밖이라면 절대 이런 행동을 할 수 없는 내 자신에 대한 민망함에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고
의례적인 짧은 아주머니의 인사를 받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본능에 휩싸여서 나왔던 행동뿐만이 아니었던게....
그 후 여러 번의 업소를 방문했지만 퇴실 그걸로 끝이었지..
아주머니처럼 계속 떠오르는 여자는 없었고
어느 순간부터 상상자위를 할 때 그녀가 대상이 되어버린 걸 생각하면
정말 그 아주머니와 해보고 싶은 생각은 간절했고...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 속에 남아있는 듯하다.
한편으로 아주머니께 결례를 끼친 죄송함과 함께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