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일본에서 초딩 로린이랑 공놀이하다가 회사 사람들 여러명까지 다같이 놀게 된 썰
안녕 모게이들, 나는 일본의 한 공업 회사에서 국제팀에 근무중인 30대야.
장기간 해외 여러 직장들 떠돌다 마지막 직장에서 일본 클라이언트랑 이야기하다가 헤드헌팅 되서 지금의 회사로 옮겨왔어.
직장 초기에는 회사 업무 적응하느라 정신없었는데, 어느 정도 적응하고 여유 생기니까 이제 일상이 심심해지더라.
회사에서 5분 거리에 기숙사 멘션이 있는데, 원래는 어느 정도 비용을 납부해야하는데, 난 외국인이라고 무료로 살고 있음 ㅋ
일-집-일-집-일-집
이 생활만 반복해서 심심에 쩔어서 폐인이 되어 가던 어느 날, 숙소로 돌아가는데 숙소 바로 앞에서 어떤 일본 초딩 여자애(길어서 이하 로린이)가 길가의 담장에 공을 차면서 다시 받는 걸 반복하면서 놀고 있더라.
피부도 까무잡잡하게 타고 단발 더벅머리한 너저분한 애였음.
로린이라고 해서 성적인거 떠올리지 마라 모게이들아, 실제 초딩은 암만 봐도 초딩이다.
코찔찔 흘려서 인중에 콧물 마른 흔적있고 흙바닥에서 굴러 댕기다 왔는지 너저분하고 엉망인데 아무 생각없이 행복한 얼굴이 귀여워보이는 걍 초딩이야.
그러려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데 공이 내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오네?
아무 생각없이 툭 걷어 차서 돌려주니까 아이가 공을 제대로 못 받아서 허둥지둥 하는 걸 보고 풉 하고 웃었음.
근데 그것 때문인지 애가 다시 내쪽으로 공을 차더라.
어쭈?
그래서 다시 발로 차서 돌려줌.
그러다 보니까 주고 받고 하면서 놀게 됨.
근데 애가 공을 잘 못차서 자꾸 조금씩 빗겨 나가는 바람에 난 무진장 뛰어 다녀야했음.
습기가 한국보다 조금 더 높은 일본 특성상 조금만 운동해도 땀이 뻘뻘남(내가 뚱뚱한 것도 있지만)
근데 애도 땀을 뻘뻘 흘리네?
한 30분을 그렇게 놀고 있는데, 마침 쓰레기 버리러 나왔던 같은 부서 동료(놀고 있던 곳이 숙소 바로 앞임)가 그거 보고
"응? 김상, 걔는 누구고 지금 뭐하심?"
이러는데 초딩이
"저는 미카에요!"
하고 자기 이름 말함.
그래서 난 누군지는 모르겠고 공을 주고 받다 놀게 됬다고 말함.
육아에 시달리던 동료도 숙소에 돌아가기 싫어서 시간 끌려고 참가함. (애가 둘임, 참고로 회사 기숙사는 독신 기숙사, 기혼자 기숙사로 나뉘어져있음)
"아저씨들은 외국인이야? 발음이 이상해!"
응 난 한국인이고 여기 키 큰 아저씨는 중국인이야
외국인 노동자 둘 끼워서 셋이서 삼각패스하고 놀다가 애가 너무 힘들어해서 결국 자판기에서 주스하나 사서 쥐어 주고 그 날은 보냄.
다음 날도 같은 시간에 지나가는데 마침 똑같이 놀고 있던 로린이가
"외국인 아저씨! 같이 놀자!"
배드민턴 가르쳐 줌.
다음 날
"외국인 아저씨! 같이 놀자!"
줄넘기 이단뛰기 가르쳐 줌.
다음 날
"외국인 아저씨! 같이 놀자!"
공차고 놈.
다음 날
"외국인 아저씨! 같이 놀자!"
닭싸움 가르쳐 줌
그러다 중국인 동료도 계속 같이 참여하다가 사람들이 늘어남.
....근데 얘는 친구가 없나? 하고 생각해봤는데 일본 초딩들 특성상 친구들이랑 놀더라도 오후 여섯시 무렵이면 집으로 돌아가는게 맞음. 그 시간이면 같이 놀 사람이 없는 거지.
어느 날은 애 엄마가 간식같은 거 싸들고 나와서 나눠 주더라(기숙사 맨션 바로 옆의 단독 주택이 로린이네 집)
초기에는 애가 놀 때 엄마도 같이 나와서 지켜보곤 했는데(당연한거 아닐까? 초딩 딸래미가 시커먼 아저씨들이랑 공차고 노는데 그걸 애만 냅둘순 없잖아) 최근에는 별로 지켜보지도 않음.
왠지 우리 회사 사람들이 애 돌봐주는 보모가 된 느낌임.
마무리 어떻게 하지?
아, 한가지 더, 요즘에는 숙제 도와달라고 하는데 한자를 제대로 못 읽어서 전자사전 붙들고 같이 옆에서 끙끙 거리기도 한다.
초딩 4학년한테 그것때문에 바보 취급당하면 속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