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국민청원 '동의'…잡기는 잡았는데
<앵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뒤 돈을 주고 사람들의 동의를 사는 실태에 대해 저희가 지난 1월에 전해드렸죠. 보도 후 국민청원제도의 의미가 왜곡된다며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 이런 일을 꾸민 사람들을 찾았는데, 처벌이 쉽지 않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만 눌러주면 건당 500원을 입금해주겠다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 글입니다.
수십 명의 참여자가 동의 인증 사진과 계좌번호를 올렸습니다.
많게는 수십 건씩 동의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A 씨/채팅방 참여자 : 1차 모집, 2차 모집 링크 뿌려주고. 입금하는 사람 따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본뜬 지자체 시민청원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SBS 보도 직후 엄정 대응 방침을 정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곧 사건의 실체를 파악했습니다.
붙잡힌 돌잔치협회 관계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대상에서 돌잔치를 제외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지자체 시민청원 동의 아르바이트를 주도한 인물도 붙잡혔습니다.
이들 모두 사비로 벌인 일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진술 조사와 증거 확보까지 마쳤지만, 수사를 더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률 자문 결과 때문입니다.
애초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려 했는데, 이것이 마땅치 않은 것입니다.
이들은 돈을 주면서까지 동의를 받았지만 목표 수를 채우지는 못했고, 정부나 지자체의 답변을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하게 동원된 행정력은 없었으니 혐의를 적용시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허윤/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 공무원이 실제 일을 하는 것까지 돼야 공무집행방해가 되는 거죠. (하지만)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는 게시판을 만든 취지라든지 국민적 여론을 왜곡시키는….]
경찰은 유사 사례가 계속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처벌 규정 등에 대해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