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가다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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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가다 29-2

익명_NjQuMzIu 0 978 0
출처블라인드 건설엔지니어

스카이 장비기사는 엄청 화를 내며 궁시렁거렸고 모두 달라붙어 몰탈 제거를 했다. 닦고 호스로 물 뿌리고 닦고...

 

얼추 정리가 되고 외장면을 보니 가관이다. 하.. 외부 보양지도 제거해서 고스란히 알미늄 바부터 유리까지 다 뭍었다.

 

알미늄 바정도는 닦으면 되는데 유리가 걱정이다. 굳으면 닦으면서 기스가 생길 수도 있고..

 

밤새 곤도라에 메달려 잔재물을 닦았다.

 

난 밑에서 같이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봤고 그 동안 바뀐 나의 태도로 인해 모든 업체가 달려들어 같이 고민하고 조언하며 닦았다.

 

하루만에 그 넓은 면적이 얼추 정리가 되었으며 나머지 시멘트는 외장공사 계약 내역 상 존재하는 준공청소로 처리하기로 했고 다행스럽게도 기스나 문제는 추후 생기지 않았다.

 

내성이 생긴건지 화도 나지 않았고 그냥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 후로 말 드럽게 안듣던 내장목수팀도 어느정도 고분고분해지고 효과가 오래가진 않았지만 말도 잘 들었다.

 

방통을 치고나니 이제 진정한 마감의 시작인 듯 하다. 가틀 위에 본틀을 조립하고 못다친 덴조(천정) 석고보드와 우물천장 작업을 하고 화장실과 주방 타일 작업을 했다.

 

세대 현관문도 달고 블로어도어 테스트를 통해 세대와 복도 간 밀실여부도 검측하고 외장 필드 테스트를 통해 누수여부도 확인했다.

 

옥상 골조가 마무리되고 타워 크레인 해체를 했다.

기존 텔레스코핑 타워는 이미 해체됐으며 인터널 클라이밍 방식의 타워 크레인을 해체하기 위해선 이 타워를 해체하기 위한 별도의 타워크레인이 필요하다. 242R 디젤 타워를 설치했다.

 

속도는 느리고 single pole 와이어는 요란한 디젤굉음과 함께 천천히 움직였고 이 해체용 타워 크레인 자체의 스케줄로 인해서 현장의 옥상 공정이 수정됐다.

 

그 동안 묵묵히 일하던 인터널 클라이밍 타워는 하나씩 설치의 역순으로 해체됐다.

 

잘가라 포테인.

 

해체 중에는 각 업체별 옥상에 부재를 올려야 했고 이 과정에서 짬내어 242R을 이용해서 몇번 양중을 했으나 너무 느렸다.

 

무사히 타워가 해체되고 이제는 이 242R 디젤 크레인을 해체하기 위한 데릭이 설치됐다.

 

저기 중동의 가장높은 빌딩 현장에서는 별도의 타워 크레인을 제작하고.. 갑작스런 전기 차단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디젤 엔진으로 구동된다 했다. 호.. 신기하여라.

 

데릭은 이 해체용 크레인을 또 설치의 역순으로 해체하여 하나씩 지상으로 부재를 내렸고 마지막에 이 데릭은 해체하고 인력으로 호이스트를 이용해 내렸다.

 

본 타워 해체를 위해 약 삼주간 시간이 소요되었고 타워크레인이 없어진 자리는 앵글과 데크를 이용해 슬라브를 타설하고 승객용 엘레베이터 작업을 위해 전기팀에 넘겼다.

 

앞으로 십개월 정도 준공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하루하루는 정말 미친듯이 돌아갔다.

 

마지막 동 타워 해체 전 마지막 철골 빔을 두고 상량식이 열렸다.

 

빔은 화려하게 오색천으로 장식됐고 돼지머리가 놓였고 소장님은 여러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막걸리로 고스레를 했다.

 

빔이 하늘로 올라가며 무사준공을 기원하는 플랭카드가 같이 펄럭였고 그 날 우리는 즐겁게 회식을 했다. 아 이제 길었던 골조공사도 끝나가는구나...

 

하지만 골조가 끝나간다고 쉴 수 있는게 아니라 마감업체가 투입되고 기전작업자들까지 배 이상 늘어서 관리가 쉽지 않았다.

 

어처구니 없는 경험을 얘기하자면

 

1. 꼭 도배를 하거나 타일과 벽을 붙이고 나면 날카로운 것으로 죽 긁고 다니는 놈이 있었다.

정말 돌아버릴정도로 찾고 싶었다.

 

나중에 패트롤팀과 협업해서 잡고보니 전기업체 작업자였다. 임금지불 지연과 소장과의 마찰로 욱 해서 긁고 다녔단다. 하...

 

전기담당 대리는 얼굴이 붉어져서 자기 잘못도 아니지만 나에게 엄청 미안해했다. 그 동안의 사보타지 비용을 전기업체에 고스란히 청구하고 전기 업체 소장도 한동안 얼굴을 못 들고 다닐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던 사건이었다.

 

2. 비만오면 환장할 것 같다. 되도록이면 창문을 열고 작업하지 말라고 하거나 아니면 작업 종료 후에 꼭 닫으라고 아침마다 입이 부르트도록 얘기하지만 어디 그게 쉽게 될까.

 

비만오면 뭘 하던 담당 동으로 부지런히 올라갔다. 짬이 안되는 나는 이기사와 최대리가 밑에서 불러준대로 뛰어다니며 창문을 닫았고 주상복합 특징 상 발코니가 없거나 거실이나 방이 바로 창문 하나로 외기랑 연결되기 때문에 마루가 젖는것은 물론 타일과 대리석 보양을 위한 보양재가 흠뻑 젖곤 했다. 이 과정이 제일 끔찍했다 레알.

 

3. 당시에는 조선족 또는 중국인 작업자의 비율이 반반 또는 한국인 반장 밑에 조선족 또는 한족 근로자였는데 어느 날 골조공사가 얼추 마무리되고 마감작업이 한창인 때 이민국에서 들이닥쳤다.

 

어떻게 알았는지 개구멍마다 지키고 서 있었고 정문 게이트에서 업무 협조를 바란다며 얘기하는동안 식당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이민국 직원들은 문을 지키고 하나씩 신분증 확인을 했고 이 와중에 도망치는 사람 잡는 사람 마치 런닝맨처럼 아수라장이었다.

 

몇십명이 봉고에 태워져 갔고 업체는 벌금을 물고 근로자 검색은 강화됐다. 가뜩이나 사람 없어서 사람 대라고 댕댕 대는게 하루 일과였는데 이 사건으로 한동안 현장은 사람이 없어서 고생했다.

희안하게 기전팀은 한국인 비율이 높아서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조용히 넘어가드라.

 

4. 또다시 조선족 얘기인데 음.. 19금이다.

반장들은 보면 꼭 이뿌장한 여자 근로자들을 끼고 다녔고 참을 챙기거나 데스라 관리를 하며 반장을 졸졸 따라다녔다.

나중에야 알게된거지만 한국에 와서 가정이 있건없건 비싼 주거 임대비를 아끼고자 동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드라.

 

하루는 저녁 여섯시 좀 넘어 저녁 먹기 전에 패트롤을 하고 있었는데 조용한 와중에 저쪽 끝세대에서 라디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 지금까지 일하는 작업자가 누구지.. 타일인가..

워낙 시간개념 없이 소사장 형식으로 팀단위로 움직이는 타일 팀이었기에 으례 진도를 확인하러 가고 있는데 요상한 소리가 들렸다.

 

으잉...?

 

여성 신음소리??

 

사부작 사부작 가서 힐끔 보니 타일팀 맞네.

근데.. 하..

 

주방상판에 반장 시다가 하의를 벗고 팔을 지지하고 있었고 반장 또한 마찬가지로 하의가 내려간 채 열심히 뒤에서 그.. 걸 하고 있었다.

 

아놔.. 저건 모냐.

 

다시 좀 멀리 걸어갔다가 일부러 티내며 무전을 했다.

 

"이기사 송신!"

 

"송신하십쇼!"

 

"어디냐?"

 

"예 밥먹으러 갈라고 하는데요.."

 

"알았다 내려갈께"

 

무전을 하는동안 안에서는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났고 조금 시간을 두고 세대 내로 들어갔다.

 

반장은 얼굴이 벌건 채 타일을 분류하고 있었으며 새끼 데모도 여성 또한 얼굴이 붉게져서 뭔가를 하는 척 했다.

 

몇시까지 할꺼냐 안전하게 하라고 말하고는 잠깐 반장을 불러냈다.

 

반장은 무슨일이 있냐며 나를 따라왔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급해도 현장에서는 그러지 마라. 아까 다 봤다.

 

반장은 얼굴이 빨개져서 하.. 미안해요 그게.. 하면서 멋쩍은 듯이 웃었다. 그리고 앞으로 안그러겠노라 다짐은 했다. 작업 능률이 높은 팀이니 망정이지..

 

그 후로 그 반장은 나를 엄청 반가와했으며... 그 여자 데모도도 내용을 전해 들었는지 나랑 눈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5. 똥오줌은 하... 말하기도 싫다. 왜이렇게들 싸재끼는지 모르겠다. 뭐 골조할 때야 나도 타설이 길어지면 가끔 쉬 했던거 인정한다 ㅡㅡ...

 

근데 똥은 아니잖냐 진짜.

 

이건 엘레베이터가 가설로 운행되고 나서는 많이 줄었다. 아무리 일정 층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해도 냄새나고 더러운 곳보다는 시원하게 서울 경치를 내려다보며 싸는걸 즐기고 싶어서였을까.

 

습관적으로 싸는 놈도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됐다.

 

위와같은 일들이 일어나며 시간은 흘렀고..

 

마감공정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퇴근도 늦고 늦다보니 한잔하고 그러는 일이 잦았고 주말에도 출근해서 관리했다. 첫 입사때는 한달 이틀 일요일 휴무였는데 그나마 격주로 토일 번갈아가며 사일을 쉰다는게 큰 변화면 변화였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던 것 같다. 기다리던 점등식이 있었고 건물은 환하게 비춰졌다.

 

등 문제가 있는 곳을 체크하며 전기팀은 바빴지만 아름다웠다. 그리고 울컥했다.

하.. 이제 진짜 끝을 향해 달려가는구나.

 

이미 철거되고 부대토목 공사가 한창인 옛날 메인 게이트에서 철부지 김기사는 양복 빼입고 현장 사무실이 어디에요? 라고 물으며 시작됐지..

 

땅을 파고 흙막이를 하고 기초를 치고 철골을 설치하며 온갖 우여곡절 끝에 저 건물이 완성되고 빛을 발하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왠지 나 스스로에게 뿌듯하고 저걸 내가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김기사는 동기들과 함께 대리로 진급했다.

 

설마 떨어지지 않겠지... 생각은 했지만 엑셀표에 있는 내 이름을 몇번이나 확인하며 기뻤다.

 

소장님께 진급신고를 하고 으례 하듯 진급턱을 월급만큼 쐈고 술이 나를 먹는지 내가 술을 먹는지 모를만큼 취했다.

 

전화를 할때나 말을 할 때나 대리란 말이 입에 안붙었다. 김기산데요! 하다가 아니 난 이제 대린데.. 김대리에요 라고 바꿔부르기를 수차례 하고 나서야 이제 김대리가 입에 붙었다.

 

대리를 달고나니 좋은 점은 기사일 때는 내가 최대로 해봤자 경력 사년 안팎이란 것을 상대방이 알지만 대리를 달고 나니 이게 초짜 대린지 아니면 곧 과장 진급을 앞 둔 대린지.. 알 수 없어서 그게 좋았다. 은근 무시받는게 없는 것 같아서.

 

최대리는 나의 대리 진급을 축하해주었고 이게 다 자기가 힘써줘서 달았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네네 그럼요. 당신이 있어서 내가 이를 악 물고 열심히 했죠.

 

준공 삼개월 전.

 

집에도 잘 못 가고 펀치리스트 한움쿰씩 들고 다니며 체크하고 전화하고 지시하고.. 하루에 전화를 기본 이백통 이상 할 정도로 엄청 바빴다.

 

그리고 본사에서 나와 입주자점검 준비를 했다.

이쁜 도우미 언니들도 오고 조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며 완성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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