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장 근무 후기
십년도 더 지난 이야기인데
뜬금없이 후기를 쓰자니 뭐하긴한데..
여튼 간만에 썰 써봅니다.
안녕하세요
이제는 실장님이 아닌
아저씨로 불리고 싶은 박아재임
둘째 돌잔치중이라
하루하루 바쁜 날을 보내는 바람에
모해 눈팅만 신나게 하고 지냄.
저번에 모해 잡게 눈팅중에
직업 관련 잡답을 보고,
양돈장 근무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함.
대학교 다니던 시절
동물생명공학 전공이였는데
학과 이름이 거창하지만 사실 축산학..
선배들이 농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선배 루트 타고
여름 방학기간 용돈벌이 갔었음.
일했던곳은 모돈(엄마돼지) 약 4천두 정도
규모의 양돈장이었음.
대표가 2명이었는데
한명은 전반적인 축사 관리 및 인원관리.
나머지 한명은 영업이라던지
사료 구입 등등 외부적인 일을 맡았었음.
양돈장의 총사령관이자
엘리트 축산 루트를 밟고있던
20대 후반의 젊은 형님도 계셨는데,
처음 내가 양돈장 갔을때는 없었음.
양돈장 사장이 우수한 사육 시스템 견학을 위해
독일 유학을 보냈음. 사비로.
그밖에 외노자 6명이 있었는데
스리랑카, 필리핀 사람이였던걸루 기억함.
처음 양돈장 들어섰을때
충격과 공포.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을때
몸속 깊은곳에서 울려퍼지던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함.
민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골 깊숙히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벌써부터 돼지똥냄새가 진동을 하고,
농장 입구에 있는 사무실만 가도
돼지들 비명소리가 상당히 시끄러웠던 기억이남.
약 두달정도 근무하였는데
막상 후기를 쓰려니 어찌 쓸지 감도 안잡히고
그냥 주된 업무와 업무내용.
기억나는 장면 씀.
● 1. 사료 주기
돼지새끼들 키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업무.
기계식이라 버튼 몇개로
모든 축사 사료 컨트롤이 가능했음.
단, 사료차가 들어오는 화요일에는
이래저래 엄청 바쁘고 정신없었는데
별것도 아닌 일이나 사소한 사고 하나만 생겨도
인부들끼리 언성높히고 욕하고..
여튼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함.
사료 주는 시간이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이 돼지새끼들이 매일 같은시간에 밥을먹으니까
밥주기 30분전부터 산이 떠나가라 소리지름.
만약 조금이라도 사료가 늦게 준비되면
귀신같이 알고 미친놈들처럼 비명지름.
"꿀꿀"이 아니라
"끼야아아악! 꺄아악! 꿰에에엑!"
진짜 비명지름.
● 2. 돼지들 축사 이동하기.
'모돈사'라는 축사가 있는데
성숙한 암컷돼지를 사육하고 임신시키는 곳임.
암돼지들 임신시키는 과정도 골까는데
이거는 아래에 쓰겠음.
임신이 확인된 개체들은
'분만사'로 단체 이동시킴.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음.
입구부터 입구까지 한 20~30m되려나..
"자~돼지여러분~이쪽으로 오세요~"
한다고 오지 않음.
양돈장의 모든 인력들이
가로세로 1m정도 플라스틱 판떼기를 차단막처럼들고
퇴로를 막아선채 소리 꽥꽥지르며,
돼지떼들이 정해진 축사로 가기를 희망한다..
뭐 이정도로 보면됨.
"정해진 축사로 이동시킨다" 가 아니라
"정해진 축사로 가기를 희망한다" 가 중요함.
10번중 9번은 돼지들이 차단막을 돌파하여
지들 가고 싶은데로 쳐뛰어다닌다.
이 돼지새끼들이 의외로 영악해서
작업인력들중 가장 덩치가 작은 사람 공략함.
'위씨얀'이라고 필리핀에서 온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이 있는 파트는 사고다발지역임.
여튼 위씨얀이 되었던 내가 되었던
한군데라도 바리케이트 뚫리면 난장판.
나름 길목길목마다 인력들도 배치하고
빠져나갈 구멍들도 철조망으로 막는다고 막았지만
돼지 힘이 엄청 쌤.
모조리 파괴하며 탈주하는데
돼지들은 본래 무리생활을 하기에
한 새끼가 저쪽으로 냅다뛰면 같이 거기 어택감.
황소떼처럼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어떠한 생명체조차 남지 않음.
18kg 통돌이 세탁기만한 돼지들이
존나 떼로 뛰어오는걸 정면에서 보면
장관도 그런 장관이 없지.
나도 처음에는
"옳지..옳지 저리로가..여기로오면안돼ㅠㅠ"
상냥하고 조심스러웠는데
저 짓 몇번하니까 기존 근로자들처럼 거칠게 변함.
대열 이탈하려는 조짐이 보이는 돼지가 보이면
선제압부터 해버림.
짝대기로 풀스윙으로 개패듯이 팸.
대열 이탈한 빠삐용돼지 나오면
귀잡고 질질 끌어서 무리속에 밀어넣음.
인부들이 하도 짝대기로 두들겨패서
축사 이동한번하면 돼지새끼들 몸 이곳저곳
시뻘건 피멍이 짝대기모양 그대로 생김.
귀 찢어지는것도 다반사고
● 3. 아픈 돼지 치료하기
돼지가 병이 들면 치료 해야함.
근대 안함. 그냥 자체 도축해서 자체 처리함.
치료약에 개별 관리 비용까지 생각하면
나중에 완치되서 출하해도 손해임.
완치된다는 확신도 없고
행여나 전염성있으면 쌍좃되는거임.
자체 도축 방식은 아래 따로 쓰겠음.
● 4. 죽은 돼지 처리하기
위 3번에 아픈 돼지 처리하기.
아프면 죽는거임.
병에 걸려서 앓다가 병사하는게 아니라
아프면 죽임.
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양돈장에서는 매일매일 수많은 돼지들이 죽음.
아무래도 옴싹달싹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지 똥오줌 뒤집어써가며
작업자들의 온갖 폭행에..
저런데서 새끼를 낳는데 기형돼지가 없으면 말이안되지?
매일 분만사를 돌면서
밤사이 새끼를 낳은 돼지를 확인함.
보통 적으면 7~8마리에서
많이 낳으면 한번에 20마리이상도 낳음.
한손에 커다란 양동이를 들고는
새끼돼지들 상태를 훑어보며 지나다님.
출산 중 사망한 새끼돼지와
출산 후 배출된 태반은
들고다니는 양동이에 수거하는데,
기형 돼지들도 수거대상임.
귀가 없고, 눈이 하나뿐이고, 혹은 3개거나,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꺾여있거나
복막 형성에 기형이 생겨 장기가 외부로 노출되거나
샴쌍둥이처럼 둘이 붙어있거나
항문이 없거나 등등등
수많은 기형을 봄.
태반과 피로 가득찬 양동이에
아직 살아있는 기형새끼돼지를 쳐넣으면
발버둥치며 익사하는데 참 그렇더라.
아주 어린 새끼 돼지는 처리가 쉬움.
청소년시기정도 된 돼지를 처리할때는
더욱 충격적임.
병에 걸리던 다치던 여튼
대략 10kg 전후 돼지를 처리하는 방법은
뒷다리를 잡고 빙 돌려서
땅바닥에 내리쳤음.
죽을때까지.
100kg이상 모돈들은 아프거나 다치는거 외에
또 처리되어야하는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평균 출산마릿수임.
임신과 출산을 밥먹듯이 반복하다보니
한번 출산시 낳는 마릿수가
개체마다 선천적으로 다르더라.
어느 암돼지는 새끼를 한번까면
17마리, 19마리, 20마리씩 낳는데 반면
또 어느 암돼지는 새끼를 한번까면
4마리, 5마리, 잘 낳아야 10마리...
수익성이 낮은 암돼지는
하자가 딱히 없어도 처리대상임.
잘 갈아둔 낫으로 목덜미를 찍어 죽였음.
과다출혈.
원래는 안락사용 약물이 존재하고,
또 원칙적으로 사용해야하며
관계기관에 신고를 해야하지만
뭐..항상 그렇듯이 비용적인 문제로
되풀이되는 안행이라고 함.
이렇게 여러가지 이유로 처리된(?)
돼지 사체들은 한데 모은 뒤
원룸크기만한 거대한 찜기에 넣고
한 6시간 푹 찐다.
그러면 손으로 뼈가 푸석푸석 부숴질정도가 되는데
따로 누가 가져가더라.
그거를 누가 왜 가져가는지
어디다가 쓰려는지는 진짜 조금도 알고싶지않음
모르는게 약이랬지.
● 5. 암컷돼지 임신시키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공수정임.
씨돼지 정액을 사람손으로 받아서
암컷돼지 봊에 주입함.
정액받이용 수컷돼지를 '씨돈'이라고 함.
잠깐 씨돈에 대해 말해보자면
수컷돼지와 씨돈은 다름.
만약 당신이 실제로 씨돈을 눈앞에서 본다면
그것을 '돼지'라고 믿기 힘들 정도임.
상상하던것보다 훨씬 크고
생긴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돼지얼굴이 아님.
한뼘은 넘어보이는 거대한 송곳니가 번뜩이고
대갈통은 삼성 UHD 60인치 TV마냥 거대하고
그 체격은 마치 한마리의 아파토사우루스...
한마리당 가격도 어마무시하게 비싸서
씨가 좋다고 인정받은 씨돈은
한마리에 2~3억도 우습다고 함.
높은 몸값과 사나운 성격.
엄청난 힘때문에 이놈들은 개별사육한다.
한 사육장에 수십마리의 돼지가 있는데
씨돈만큼은 1사육장 1마리 사육.
씨돈때문에 종종 인사사고도 발생함.
여튼. 과정은 이러함.
암컷 모형 틀을 준비하고
씨돈이 거기에 올라타기를 기다림.
옆에 사람이 서있다가 씨돈이 올라타면
정액받는 통을 들고 냅다 들이댐.
시뻘겋게 튀어나온 씨돈의 좃을
정액받는 통 안으로 쑤셔 넣으면됨.
당연히 손으로 돼지 ㅈ을 만져야하고
돼지의 정액은 존나 끈적끈적하여 기분더럽
아
혹시 돼지 좃 본적 있음?
꼬불꼬불함ㅡㅡ끝이 꼬불꼬불함
다른 말로 설명하기 힘듬ㅡㅡ꼬불꼬불함ㅡㅡ
그렇게 받은 씨돈님의 귀한 정액을
사무실에 가져다주면 사장님이 알아서
희석한 뒤 그거를 주사기에 넣고
관을 연결해서 들고다니며
무방비상태의 암컷돼지 봊에 푹!
어때요. 참 쉽죠?
● 6. 새끼돼지 갱생 프로그램
분만사에서 어느정도 자란 새끼돼지들은
자돈사라는 일종의 초등학교로 보내지는데
어린이 돼지들을 모아두는곳임.
근대 돼지들이 입이 험해서
본능적으로 뭐를 막 물어뜯는 습성이 있다함.
자돈사에 모여있으면
서로 귀 잘라먹고, 꼬리 끊어 먹고
상처땜시 감염되고 죽고 수익성 떨어지고
안봐도 뻔한 스토리.
그래서 송곳니를 제거함.
어려울거 하나 없음
주둥이 벌리고 뺀치로 자름.
너무 가깝게 자르면 피 많이 남.
그리고 꼬리도 잘라줘야함.
함석가위처럼 생겼는데
전기로 가위날 부분이 뜨겁게 되는 기계로
어떤 마취도 소독도 없이 꼬리를 싹뚝자름.
피 안남. 신기
그리고 수컷 새끼돼지들은
'거세'를 해줘야한다.
그거 달고있어봤자 괜히
남성호르몬 분비만 왕성해져서
서로 더 싸우기나 하고 육질도 안좋아지고
또 행여나 같은 사육장 암컷돼지랑 눈맞아서
검증되지 않은 임신이 될수도있고.
송곳니 자르기와 꼬리자르기는
'거세'에 비하면 양반.
TV에서 보면 수술할때 쓰는 메스?
그거를 덜렁덜렁 들고다니며
수컷 새끼돼지를 찾아서 포획함.
님들 주먹 한번 쥐어볼래?
그리고 엄지, 검지, 중지
이렇게 손가락 3개 펴볼래?
엄지와 검지 사이와
그리고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간이 생기잖아?
그러니깐 3개의 손가락으로 공간이 2개생겼지?
그 2개의 공간으로 새끼돼지 뒷다리를 잡는거야
그러면 뒷다리 2개가 이쁘게 쫙 펴지면서
돼지 엉덩이가 모아지고
그 사이로 불알 2개가 볼록 솟아오름.
메스로 불알껍데기를 쭉 긋고
손가락으로 고환을 쭉 당겨서
불알을 뽑아냄.
마취 그런게 어딨음
아 소독은 해준다.
화분에 물 줄때 쓰는 분무기에
소독약담아서 들고다니다가
불알 제거 완료하면 칙칙 쏴주고 방생.
끔찍해!
● 7. 기억에 남는 일
같이 일하는 외노자가 6명 있었는데
위씨얀? 위쌴?
필리핀에서 온 형이랑 친해짐.
그 형이 핸폰살때
언어의 장벽으로 통신사랑 얘기가 안될때도
내가 다 해결해줌.
여튼 위쌴 이야기임.
돼지가 더위에 존나취약한데
돼지 사육장 주변에 풀이 너무 높게 자라서
환풍이 안되다보니 돼지들이 더워함.
사장이 낫을 몇개 가져다주더니
사육장주변에 풀을 잘라놓으래.
쓱쓱 한참 작업중인데 갑자기
위쌴이 소리를 꽥 지르는거임.
응?왜그래?
쳐다봤더니 위쌴은 팔을 움켜쥐고있고
발 앞에는 살모사가 냅다째는겨.
내 썰들 읽어보면 알겠지만
나는 뱀들 종류 빠삭함.
뱀 냄새만 맡아도 무슨 뱀인지 알정도.
는ㅈ뻥이고 여튼
그냥 딱봐도 살모사였음.
이런시발 위쌴이 살모사한테 물렸구나
안되는 영어 바디랭귀지 섞어가며
위쌴에게 열심히 소리쳤음.
"위쌴! 포이즌! 바이퍼! 유 윌 다이! 하스피틀! 나우!"
위쌴이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대답하기를
"갠촤나갠촤나^^ 한국뱀 독 약해요"
두시간 후 점심식사할때 위쌴 팔을보니
모기자국 2개가 끝이었음.
아 새벽1시네
다음에 2탄을 쓰던가 할게요
넘 졸림.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