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초등학생과의 사랑 이야기.ssul(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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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초등학생과의 사랑 이야기.ssul(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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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빠"



다운이도 놀랐지만 다운이보다 놀란 저는 급하게 몸을 일으켰습니다.



일어나 고개를 돌리니 제 눈 앞에 보이는 키 큰 남학생



그리고 그 남학생 뒤로 길 안내를 해 줬는지 아까 본 다운이 여자친구들이 쪼르르 서 있더라구요



'설태현...'  다운이의 친오빠.



뭔가 보이면 안되는 모습을 보인거 같아 민망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데



입을 먼저 떼는 건 다운이였습니다.



"오빠가 이 시간에 여긴 왜 왔어?"



태현이는 다운이의 질문에 대꾸없이 인상을 약간 찌푸리며



못마땅하다는 듯이 저와 다운이를 번갈아보면서 쳐다보는 겁니다.



"여긴 왜 왔냐구!!!"



"니 보고 싶어서 온 거 아니니깐 오버하지마라"



"그럼 왜 온건데?"



"엄마가 하도 니 운동회인데 가족 아무도 안 가는게 너무 안쓰럽다고



나라도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서 니 점심이라도 잘 먹는지 확인하고 오라고 해서 온거야"



"그럼 빨리 오던가 점심은 아~~~까 다 먹었거든?"



원수지간마냥 서로 으르렁 거리는 다운이와 태현이



그때.  또 다시 울리는 방송



"아- 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점심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신속히 스탠드로 모일 수 있게 협조부탁드립니다"



"다운아~~~~ 우리 빨리 가야돼 빨리와"



뒤에서 다운이를 재촉하는 친구들..


 

태현이는 다운이를 쳐다보며 "뭐하냐 안가냐?"



뭔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계속 저와 자기 오빠를 쳐다보는 다운이..



저는 그런 다운이를 안심시키며 "다운아 괜찮으니깐 친구들이랑 어서 가"



다운이는 마지못해 일어나 친구들과 함께 스탠드로 향했지만 가는 내내



계속 저희 쪽을 끊임없이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다운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갑가기 둘만 남으니깐 어색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더라구요.



제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안.. 안녕 우리 또 만나네? 저번에 이어 두번째인가?"



"..........."



"야 그래도 너 대단하다 동생 때문에 학교까지 조퇴하고 오다니..  다운이는 정말 좋은 오빠 뒀네"



"요 앞이라 점심시간에 잠깐 나온거예요" 겨우 입을 여는 태현이..



"아~ 요 맞은편에 있는 고등학교?  다운이네 학교랑 완전 가깝구나"



"........" 



또 다시 흐르는 침묵.. 



"아 태현아 점심은 먹었니? 먹다 남은 거지만 여기 좀 남았.."



"요즘 과외 선생님들은 애들 운동회까지 따라다녀야 하나 보죠?"



먼가 굉장히 못마땅하다는 듯한 태현이의 어투..



"어? 아.. 그게.. 오늘 선생님네 학교가 휴강이어서 학교 안가는 날이었는데



어제 저녁에 마침 다운이가 운동회하는데 가족들이 모두 못온다고 문자가 왔길래..."



태현이에게 사실대로 다운이 위해서 학교 수업까지 빠지고 왔다고 말하면



저를 더 이상하게 볼 꺼 같아 저는 일부러 휴강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인상을 찌푸리며 들릴 듯 말듯한 혼자말로



"요즘 계속 잠 안자고 밤 늦게까지 핸드폰 만지작 거리더니만..."



그러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선생님..."



뭔가 진지하게 애기할 듯 목소리를 깔고 입을 떼는 겁니다.



"선생님도 들으셨을 겁니다. 전에 과외 그만둔다고 했을 때 그 녀석이 얼마나 난리쳤는지.."



"아...그래 어머니께 대충은 들었어"



"그때 그녀석 진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밥도 안먹고 방구석에 쳐박혀서 울기만 하고



부모님이 아무리 달래고 혼내도 듣지도 않고 소리만 꽥꽥 지르고..."



태현이는  말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생긴거 답지 않게 사람에게 정이 많아요  물론 처음에 친해지기까진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친해지면 정말 물불 안가리고 있는 정 없는 정 다 퍼주는 놈이예요"




굉장히 어색했던 다운이와의 첫만남...



그리고 친해지기까지 꽤 오래 걸렸던 시간...



그러나 한번 친해지기 시작한 후 급속도로 친해진 다운이와의 관계...



다운이 곁에서 다운이를 따라다니는 수많은 친구들...



어른이든, 친구들이든 늘 한결같이 남을 배려해주는 다운이의 배려심...




이녀석... 동생 앞에서는 말과 행동이 좀 거칠고 무뚝뚝해 보여도



자기 동생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던 다운이 오빠 였습니다..



웅~~



그때 갑자기 핸드폰 진동소리



그것은 스탠드에서 우리쪽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감지한 다운이가



제게 보낸 다운이의 문자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문자를 확인할 겨를 없이



태현이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 녀석의 그런 성격이 다른 사람으로 오해를 하게끔 만든다는 거죠



애가 날 진심으로 좋아하는게 아닐까 하는 오해.."



분명 그 순간 그 태현이의 말의 의도는 저에 대한 무엇인가를 겨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태현이의 말은 저를 동요시키게 충분했구요...



"그래서 저녀석이랑 사귀고 싶다고 집까지 쫒아온 남자애들이 한 둘이 아니었어요



또래 뿐만 아니라 지보다 몇살이나 더 많은 중학생 애들까지도..."



웅~



계속 끊임없이 오는 다운이의 문자...



그러나 저는 다운이의 문자를 읽을 겨를이 안되었습니다.


 
"건방져 보이시겠지만 제가 선생님께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제 동생의 과외수업을 언제까지 맡아서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녀석한테 정 너무 많이 주지 말아 주십시요



그녀석한테는 한번 정 붙인 사람에게 정 떼는 것 만큼 힘든 게 없습니다"



태현이의 말은 끝났지만 저는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기 할 말만 다 마친 태현이는 "그럼 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수고하세요"라는



짧은 인사남 남기고 떠나가더라구요



저는 한동안 태현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바보았습니다..



의미심장한 태현이의 말들..



이미 태현이는 뭔가를 눈치챈 거 같아 보였습니다.


 


왠지 모를 죄책감...






그래...  알어..   나도 안다고...



어차피 오래는 안할꺼라고 다짐했던 거잖아...





그.때



웅~~~~~~~~~~~



맞다 다운이..



저는 급하게 문자를 열어 확인했습니다.



이미 쌓여있는 다운이의 문자들..



[선생님 오빠랑 무슨 애기하는 거예요?]



[오빠가 지금 모래요?]



[선생님!!! 무슨 애기하냐구요!!!]



[선생님 핸드폰 좀 봐봐요!!!]



저는 재빨리 스탠드로 고개를 들어 다운이 쪽을 보았습니다.



왜 이제야 확인하냐고 짜증난 듯한 다운이의 표정.



저는 미안하다는 의미로 다운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또 다시 급하게 핸드폰 자판을 누르는 다운이



웅~~~



[오빠가 선생님한테 모라고 그랬어요?]



[그냥 뭐 특별한 애기는 안했어]



[거짓말 하지마요~!!! 완전 심각해 보였는데..--^]



[진짜야.. 그냥 뭐 바쁘실텐데 여기 어떻게 왔냐고, 태현이 학교는 어디냐? 뭐 이런저런 애기했어]



그 뒤로 몇차례 더 다운이의 추궁은 계속 됐지만 저는 끝까지 별일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웅~~~~~~~~~~~



[암튼! 그건 나중에 다시 애기하구요! 선생님 빨리 스탠드로 와요]



[왜?]



[저랑 2인3각 해요!!!]



[뭐?]



그때 구령대에서 들려오는 안내 음성



"잠시 후 특별순서로 부모님과 함께하는 2인3각 경기가 있겠습니다



참가를 희망하는 부모님들과 학생들은 구령대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웅~~~~~~



[들었죠? 들었죠? 빨리 구령대쪽으로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께요]



[선생님은 달리기 잘 못해]



[괜찮아요! 그냥 재미로 하는 거죠 빨리 오세요~ 다운이 기다립니다~]



하... 정말.. 제 의사는 듣지도 않고...



지금 그럴 기분도 아닌데..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저는 구령대로 향했습니다.



"아! 선생님!!! 여기요 여기!!!!"



구령대에 도착하자 이미 접수를 신청하고 있던 다운이...



"야 선생님 이런거 진짜 잘 못한다니깐"



"아우~~ 진짜 못해도 괜찮다니깐요! 그냥 선생님이랑 같이 이런거 해보고 싶단 말이예요"



하... 이 녀석은 정말 사람 마음 줬다 폈다 하는데 선수인가 봅니다..



선생님이랑 같이 이런거 해보고 싶다는 그 한마디에 없던 의욕도 생기더라구요..



잠시 뒤에 선생님들이 2인 3각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네모난 사각형에 동그란 구멍 두개 뚫린 요상한 스폰지 하나씩을 나눠주드라구요



"이건 모야?"



"이거 몰라요? 여기 구멍에다가 발 하나씩 껴서 하는거잖아요"



저 때만 해도 그냥 수건이나 줄 묶고 했는데..   세상 참 좋아졌더군요;;



그렇게 다운이와 나란히 이런저런 애기를 하며 우리 순서를 기다리는데



"어머 다운이도 2인 3각 하러 나왔구나?"



젋은 여선생님 한 분이 저희 쪽으로 오면서 물어보더라구요



"아! 세영쌤~~~ 안녕하세용!!"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쯤 되보이셨는데, 한 미모 하시더라구요.



선생님은 옆에 서 있는 저를 슬쩍 보시더니



"어머, 누구시니?"



"우리 아빠요"



!!!!!!!!!!!!!!!!!!!!!!!!!!!!!!!!



"아.. 아버지시라구??" 두 눈이 동그래지시며 당황하시는 선생님



"아.. 아뇨! 아뇨! 아닙니다! 다운이 과외선생님입니다 애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건지.."



저와 선생님이 당황하는 모습이 웃겨죽겠다며 깔깔거리며 웃는 다운이



저는 그런 다운이의 등을 한대 후려쳤습니다.



"악!!!!!!!!!!!"



"이야~ 과외선생님이 이렇게 운동회까지 다 찾아오시구.. 진짜 좋은 과외선생님이시다 다운아"



"그~~~~~~~~쵸??^-^" 맞은 자기 등짝을 손으로 비비면서 싱글벙글 웃는 다운이.



"꼭 1등 하셨으면 좋겠네요 화이팅!"



"네 감사해요 선생님도 수고하세요"




여선생님이 가신 뒤 다운이는 제 허리를 툭툭 치면서



"세영쌤은 6반 담임 선생님이예요 완전 이쁘죠?"



"그러게~ 다운이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이쁘신.. 악!!!!!!!"



빛의 속도로 제 발을 밟아버리는 다운이



"머.라.구.요"



"야! 야! 아퍼아퍼!!!!"



아프다고 사정사정 하니깐 그제서야 발을 떼는 다운이가 입을 삐쭉거리며



"치...  저 선생님 결혼하셨거든요!"



근데 그 순간 삐진 다운이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웃기던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습니다.



결국 왜 웃냐고 다운이한테 한번 더 발을 밟히긴 했지만....



"아냐~ 농담이야 농담 아무렴 우리 다운이가 제일 예쁘지~~~~"



"흥...!"



다운이와 티격태격 하는 사이에 어느새 저희 순서가 되었더라구요



저는 힐끗 다운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재미로 하는거다, 못해도 상관없다 하더니만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더라구요



저는 조심스럽게 다운이의 하얗고 작은 손에 깍지를 끼며 잡았습니다.



다운이는 약간 놀랐며 저를 쳐다보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저랑 다운이가 이렇게 직접 서로 손을 잡는게 처음더라구요



"놀라기는.. 줄넘기때는 여유만만하더니만 우리 천하의 다운이 양이 긴장이라도 하셨나?"



"아니거~~~~든요!"



저는 다운이의 손을 꽉 잡으며



"날라갈지도 모르니깐 손 꽉 잡아라 선생님 무지 빨리 뛸꺼니깐"



이에 질세라 다운이도 손에 힘주며



"선생님이나 뛰다 넘어지지나 마요!"



"누가 넘어..



땅!!!!!!!!!!!!!!!!!!!!!!!!!!!!!!!!!!!!!!!!!!!!!!!



말하는 도중 출발신호가 울려 당황했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



금새 다운이와 저는 마치 한 몸 마냥 발을 맞추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미리 약속이나 한듯 서로가 서로의 발을 보며..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서로 입을 맞추고, 속도를 맞춰가며..



그렇게 서로가 붙잡은 손을 끝까지 놓치 않고..



마지막 피니쉬 라인까지 호흡을 맞추며 들어왔습니다.



결과는 뭐 아깝게 2등이었지만요..



다운이가 은근히 승부욕이 강해서 많이 아쉬워 할꺼 같아 걱정하며 다운이 눈치를 보는데



다운이녀석 자기 배를 자기 손으로 펑펑 치면서



"아놔~   아까 너무 많이 먹었나?" 이러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자 다운이 눈치를 보던 저의 얼굴에서 나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미소..





왜... 그런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왜... 저녀석만 보면 바이러스처럼 미소가 번지는지..



왜... 아무것도 아닌 저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렇게 달콤한지..



왜... 다운이랑만 있으면 내 삶이 너무 행복해지는지...



왜... 그런지는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아쉽게 2인3각은 2등 했지만



전 그날의 그 기억을 지금도 절대로 잊지 않고 있습니다.



피니지 지점에 도착할 때까지 서로가 서로의 굳게 잡은 그 손을 놓치 않았던



그 때를 말이죠..



저와 인사를 하고 다운이가 친구들에게 돌아가 나머지 운동회 순서를 하는동안



저는 물끄러미 다운이랑 잡은 왼손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래...  



설태현..



어쩌면 너가 말한대로



다운이와 나는 절대로 이어질 수 없는..



언제가는 피할 수 없는 이별을 맞이할 하루살이와 같은 짧은 인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데 말야..



나는 다운이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하늘이 내게 허락해 준 이 시간들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물론 다운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들이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우리에게 닥칠 이별의 아픔은 더 미어질꺼고, 더 아플꺼고, 더 죽을것같이 괴롭고 힘들어 지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다운이가 내 손을 놓치 않는 이상...




나도 다운이가 꽉 잡아준 이 손 절대로 놓치 않으련다...









"이것으로 17회 가을 운동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학생 여러분과 학부모님들께서는 안녕히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수고했다! 결국 청군이 이겼네?^^"



저는 다운이 얼굴에 시원한 음료수를 갖다대며 말했습니다.



"훗 아무렴~  이 다운이가 청팀인데 감히 질리가 있겠어요~~?"



"아우 저 콧대 한번 꺾어져봐야 정신차리지"



"이렇게 이쁜 코 꺾으실려구요?"



"일루와 지금 당장 꺾어버리게"



그렇게 우리는 하하호호 하며 정문을 나섰습니다.



"선생님!"



"응?"



어디서 구해온 손수건을 꺼내더니



"우리 집에 갈때도 2인3각해서 가~~용"



"뭐라고?"



저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라고 끊까지 버텼지만



결국 다운이의 생떼를 이기지 못하고 저희는 정말로 2인3각으로 학교에서 다운이집까지 걸어갔습니다.



가는 길마다 사람들은 저희를 정말 이상하게 바라보는 바람에 솔직히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다운이와 손 붙잡고 웃고 떠들며 함께 걸어가는 그 길은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가을운동회를 기점으로 다운이와 저는 그 전보다 더 친해지고 더 가까워졌습니다.



하루에도 핸드폰으로 시간때마다 시시때때로 연락하고 문자하고,



늘 서로가 보고 싶어 밤늦게까지 연락하다 날밤 샌 전도 한두번이 아니었죠



다운이와의 과외 수업이 늘 기다려지고 하루하루가 행복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행복하고 좋은데..



우리를 보는 세상의 시선은 너무나 냉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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