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배에서 만나게 된 썰3 (비극)
글에 갑자기라는 표현이 너무 많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텐데 걔와 있었던 일은 진짜로 예상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라 갑자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는 글을 못 이어나간다는 것만 알아줘. 저번 글에 반응이 달리는 걸 보고 글을 계속 쓸 지 말 지 정하려고 했는데 모르겠네... 일단 계속 이어갈게~
만나서 섹스하고 쉬고를 반복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밤이 되있었다. 그녀는 나처럼 방목형이 아니었기에 집에 귀가해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그녀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옷들을 대충 집어 입고 집을 나섰다. 4월 초의 밤은 어쩌면 쌀쌀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입을까 말까 고민하던 패딩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이 들 날씨였다. 후덥지근한 집 공기에서 서늘한 공기가 나를 맞았다. 버스 정류장은 집을 나서면 거의 바로 앞에 있었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딱 맞춘 것처럼 그녀가 타야만 하는 버스가 도착했고, 그녀는 버스에 올라타며 그렇게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이번에 헤어지면 또 언제 볼 지 알 수 없었기에, 그녀와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기에 버스가 떠나 눈 앞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버스를 완전히 보내고는 집에 들어와 대충 방정리를 했다. 바닥에 뚜껑이 열려있는 남은 음식, 급하게 벗겨내서 던진 듯한 콘돔, 바닥에 다 떨어져 있는 이불, 삐뚤어져 있는 침대. 정리를 끝내고 나니 무척이나 적적했다. 그날 밤은 그녀와 전화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다시 내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인제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날 밤, 평소처럼 전화를 했지만 그 내용은 평소 같지 않게 심각했다. 앞으로의 우리에 관한 주제였다. 우선 그녀는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헤어지기로 했다. 원래부터 현 남자친구의 능력과 애정이 식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다. 문제는 나와 사귀냐 마냐는 것이었다. 혹시 나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지만 결국에는 내가 잘 조절하겠다는 말로 사귀게 되었다. 이때는 몰랐다. 이게 비극의 시작일 줄.
순조롭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나는 목표 대학을 그녀의 지역에 있는 대학으로 정했다. 처음으로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출근 중에는 최대한 열심히 공부하고, 퇴근 후에는 그녀와 잠깐 전화를 하고는 공부를 이어나가는 생활을 계속했다. 문제는 사귄 지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퇴근 하고 그녀에게 전화를 할때면 나에게 전 남자친구가 그립다고 우는 것이었다. 당연히 내 마음도 썩 괜찮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 그녀가 경험했던 사람이 더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 멘탈에 슬슬 부담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2주가 지나고 그녀는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해 다시 사귀게 되고, 나는 영문도 모른채 갑자기 그녀에게 연락을 차단당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오기는 했지만 남자친구와 도서관으로 데이트를 갔다가 화장실에서 그 남자에게 오랄을 해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이상은 내 멘탈이 깨질 것 같아 내가 먼저 쌍욕을 박으며 그녀를 정리했다.
그녀를 정리하며 멘탈이 깨지는 건 막을 수 있었지만 지금도 충분히 괜찮지 않았다. 애초에 잘못 되었던 관계라는 것과 나의 진심이 부정 당하는 느낌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꽤 오랜 기간 힘들었다. 거기에 나 역시 그녀와 한때 사랑했던 사이었음에도 당당하게 다른 남자꺼를 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느낀 정신적 충격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는 중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 어느새 6월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을 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