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랑 피터지게 싸웠던 썰 - 1
여름동안은 습기땜에 그렇게나 개빡쳤었는데 어느새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도 부는것이 가을을 좀 많이 타는 나에겐
이런저런 상념들을 떠올리게 하는 날씨가 되어가고 있다.
낮에 잠깐 등기 보내러 우체국 다녀왔었는데 아직은 따가운 늦여름의 햇볕 아래서 서늘한 초가을 바람을 쐬며 걷고 있자니
딱 이맘때쯤 만난 그 따뜻하고 차가웠던 미친년이 생각나 썰을 풀어본다.
도라이처럼 쳐놀다가 졸업이 임박해오자 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휴학을 해야만 했다. 막상 취업준비를 시작하자 이뤄놓은건 하나도 없고
학점도 개판이었고 이력서에 쓸만한 자격증이나 어학점수도 없었다. 이대로 덜컥 졸업을 하게 되면 벌거숭이 상태로 밀림에 떨어지는거나
다름없었기에 위기를 느낀 난 허겁지겁 휴학신청을 하며 뒤늦게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막연하게 뭘 해야하나 싶다가 친구들 보니 거의 자격증 준비하고 있길래 나도 자격증이나 따보자 싶어서 적당한거 준비해봤다.
다행히 두세달 빡세게 준비하니 1차시험은 무탈하게 합격했고 그 덕에 눈칫밥 먹던 집에서도 그나마 사람 대접은 받을 수 있었다.
부모님도 취업시장 안좋은거 다 아시니까 답답하셔도 일부러 말도 잘 안거시고 스트레스 받을까봐 뭐 시키지도 않으셨었다.
다행히 그나마 내가 뭐라도 해나가고 있는게 보이는듯 하니까 한시름 놓으셨는지 이것저것 심부름도 시키시고 용돈도 조금씩 찔러주시는데
참 죄송스런 마음에 눈물 찔끔찔끔 나더라 ㅎㅎ.. 그러다 고모의 발목부상으로 인해 고모네 조카를 좀 봐줘야 할 일이 생겼는데
당시 나는 뭐라도 집안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발벗고 나섰기에 그 일도 내가 하기로 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기였기에 아주 사소한 허드렛일이라도 미션 완료하면 스스로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거지나 빨래같은건 곧 나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다.
고모네 집은 우리집에서 걸어서 30분정도, 자전거를 타면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 단지였지만 단지가 꽤 넓어 거리가 있었다.
애를 봐주는거라곤 했지만 단순히 유치원 하원버스에서 내리는 조카만 잘 받으면 됐었다. 조카 손잡고 고모가 기다리는 집에만
잘 데려다 주면 되는 일이었기에 로봇도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나는 로봇보다 저렴하니까 선택받을 수 있었다. 조빱로봇색기들.
흔쾌히 10분짜리 베이비시터를 자처한 나는 날마다 거듭되는 고모와 조카의 모녀상봉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매일마다 비장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나보다 한살 많았던 그녀는 항상 노란색 봉고차 문을 옆으로 밀며 환한 웃음과 함께 조카를 넘겨주곤 했다.
중단발의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옆머리는 양옆으로 새초롬하게 내리고 다녀서 얼핏 보면 고등학생 같기도 했다.
그러나 꼬부기처럼 순하게 생긴 눈망울과 웃을때마다 뽀얀 뺨에 얕은 보조개가 패이는 것이 천상 유치원 교사구나 싶은 인상이었다.
직업 때문인지 그녀는 늘 빵집누나같은 긴 치마에 수수한 파스텔 톤 블라우스를 입곤 했다.
처음 조카를 받으러 간 날에 그녀를 보고 반바지에 슬리퍼만 신고 다니던 내가 실로 오랜만에 사람처럼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공부하느라 도서관에만 박혀있었으니까 편한게 최고였는데 그녀와 만나는 그 10초 남짓한 시간만큼은 조금이라도 말끔한 모습이고 싶었다.
그녀가 어디 가세요? 물어보진 않았지만 물어보면 스터디 모임 간다고 대답하려고 했었고 취업준비 열심히 하는 훈남 컨셉 잡아서
슬랙스에 셔츠입고 로퍼 신고 안경도 썼다. 원래 안경 안쓰는데 집에 굴러다니는거 알 빼서 썼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들어보니 왜 도수없는거 쓰고 다니는지 의아했다고 함ㅋㅋㅋ 암튼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그 잠깐의 순간을 위해
소개팅이라도 나가는 듯이 차려입고 난리를 피웠지만 그렇게 그녀 얼굴 한번씩 보며 웃음 주고받는 것이 그 퍽퍽한 생활을 버티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곤 했다.
2주정도 지나고 고모의 발목이 회복됨에 따라 나의 조카 하원 봐주기 임무는 자연스럽게 종료되었고 난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유치원 이름과 위치는 알았기에 찾아가면 볼 수 있었겠지만 미친놈도 아니고 거길 아무 이유 없이 찾아갈 수는 없었다.
달리 그녀를 볼 수 있을만한 구실도 없고 그렇다고 그녀와 이렇다 할 접점이 있던것도 아니었기에 아쉬웠지만 잊어버리고 공부나 하자 생각했다.
다시 반바지에 슬리퍼 모드로 돌아간 나는 수염도 다시 길러 흉측한 몰골을 되찾아가며 2차 시험준비에 매진했다.
1차를 열심히 준비한 덕분인지 2차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여유롭게 외운것들 한차례 한차례 슥슥 써보며 부족한 부분들 채워가고
실습 준비도 주말마다 하러 다녔다.
그렇게 그녀를 못본지 3주정도 지났을 무렵, 시험을 앞둔 마지막 주말 도서관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중고딩들 시험기간이었는지 그날따라 열람실에 자리가 없어 그냥 문화센터 자료검색대 그런거 있는 책상에 자리를 잡고 공부한 내용들
정리하고 있었다. 6인용 책상이었는데 대각선 맞은편으로 두 명이 앉길래 아 앉는구나 하고 내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시험을 앞둬 좀 예민해진 상태였는데 거기는 열람실이 아니라 엄청 크게만 아니면 두런두런 얘기해도 되는 공간이었음에도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작은 목소리로 소근소근 대화하는것이 내심 고마웠다. 이따금 들려오는 엄마는~ 엄마가~ 하는걸 보니 모녀지간 같았다.
엄마로 추정되는분이 잠시 자리를 뜨고 난 여전히 정리노트를 보며 중얼중얼대는 와중에 딸로 추정되는 사람에게서 알 수 없는 시선이 느껴졌다.
분명 날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날 해치러 온 청부살인업자가 아닐까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선이 느껴지는곳을
바라봤다.(이때쯤 악의연대기라는 영화를 봐서 존나 쫌 쫄아있는 상태였음)
시선의 근원지에는 놀랍게도 청순한 그녀가 앉아있었다.
너무 놀라웠던 나머지 난 얼른 시선을 피하며 내 몰골을 떠올렸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녀가 날 알아보지 않길 바랬다.
그러나 그녀는 내 쪽의 책상을 손톱으로 톡톡 치고는 '저기 혹시.. 수정이 삼촌 아니세요??'라며 확신에 찬 인사를 건넸다.
시발 더 병신같은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다. 거지발싸개같은 차림이지만 공부하러 왔는데 누가 뭐라고 한단 말인가.
난 맞다고 선생님 잘 지내셨냐고 어떻게 알아봤냐고 너스레를 떨며 의례적인 인사를 나눴다. 생각치도 못한 그녀와의 재회였기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녀의 그 환한 웃음에 반가움이 앞섰다. 몇번 보지도 못했는데 기억해주는게 놀랍기도 했고 또 나같이 추레한 수염괴물한테도
이렇게 먼저 아는척 해주며 살갑게 구는것이 직업의식에 이러는 것일까, 유치원 교사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책 읽으러 왔냐고 묻자 그녀는 어머니와 교회 가는길에 들렀다고 했다. 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또 만나서 친해지고 영차영차 작업걸고 사귀어서 결혼한 다음 셋째까지 낳고싶었다. 유치원 교사니까 애기들도 이쁘게 잘 키울 것 같았다.
나는 얼마 안되는 그 순간 번호를 물어보려다가 차라리 내 번호를 알려주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수정이 핑계를 대며 고모랑 고모부 두 분 다 일하시느라 바쁠 수 있으니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연락하셔도 된다고 하면서 포스트잇에다
번호 적어서 건네줬다. 지금 생각해도 핑계 ㄱㅆㅅㅌㅊ였던거같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오셨고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교회로 떠났다. 어머니는 딸이 다른남자와 이야기하는걸 보고 궁금하셨는지 날 보시고는 잠깐 흠칫 하셨다.
딸에게 설명을 들으시고는 인자한 웃음을 지어보이셨지만 난 분명 흠칫 하셨던거 기억한다.
나도 이해한다 나도 내 딸이 나같이 그러고 있는놈이랑 얘기하는거 보면 흠칫할듯.
암튼 모녀는 떠났고 10분쯤 지나자 그녀에게서 문자가 아닌 카톡이 왔다.
'쌤 저 교회 도착했어요 ㅋㅋㅋ 갑자기 아는척해서 놀라셨죠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직이나 병원처럼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자주 쓰는 직군의 여자들은 날 부를때도 종종 쌤이라고 하곤 했다.
이 누나도 그랬고 치과간호사, 음악선생님도 그랬었다. 평소에 하도 그렇게 쌤이라고 불러대다 보니 입에 붙어서 그러는게 아닐까 싶음.
카톡이 오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답장을 하며 그녀의 프로필을 살폈다. 연보라색 꽃밭에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고
귀엽게 웃고있는 사진이었다. 프로필을 통해 알게된 그녀의 이름은 그 환한 미소에 어울리는 예쁜 이름이었다.
그녀는 내게 합격을 기원한다며 응원을 해주었고 난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낸 뒤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한달 뒤 한여름이 되고 나서야 나왔다. 열심히 준비했기에 가뿐하게 봤던 시험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초조한 마음이 드는건
당연했다. 다행히 커트라인을 훌쩍 넘겨 합격했고 합격여부를 함께 확인해보던 그녀도 뛸 듯이 기뻐하며 내게 축하해줬다.
그 사이 우린 몇번의 데이트를 하며 꽤나 친해진 상태였다. 징검다리를 건널 때 스스럼 없이 손을 잡아주는정도?
그러나 뭔가 그 이상으로 이성적인 접근이 힘들었다. 그녀는 독실한 신앙심을 내세우며 술을 마시지 않았고 은연중에 혼전순결을 지킨다는
느낌의 말을 흘리곤 했다.(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음.. 존나 사람 헷갈리게) 그래서 나도 섣불리 지르지 못하고 간만 살짝살짝 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스킨십의 진도를 더 나가던가 고백을 하던가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 오늘 너무 기분이 좋으니까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예상대로 누나는 자기 술 안먹는거 알면서 그러냐고 샐쭉하게 웃으며
눈을 흘겼다. 난 나 혼자라도 마실거니까 누나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약간 좀 아련하게 얘기했다.
누나는 그런 날 보더니 푸하하하 거리면서 웃고는 괜히 분위기 잡지 말라면서 자기가 사겠다며 술 마시러 가자고 했다.
난 쾌재를 부르며 바깥의 경치가 보이는 룸술집으로 들어갔다. 술이 마시고 싶은건 사실이었으므로 오백 한잔부터 벌컥벌컥 들이키고
누나는 사이다, 나는 소주를 마셨다. 룸의 붉은빛 조명을 받은 누나의 모습은 왠지 평소와 달라보였다.
날 바라보는 눈빛이 뭔가를 자꾸만 원하는 그런 느낌이었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문득문득 그런 느낌이 들곤 했다.
특히 내가 맥주를 마실때 유난히 날 관찰하듯 야릇하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누나에게 술 마시고 싶냐고 농담처럼 말을 툭 던졌다. 그러자 누나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응!!! 하는 것이었다.
나는 장난치는줄 알고 그럼 누나것도 시킬게~~ 하며 벨을 눌러 오백 한잔을 더 주문했다.
만약 장난이면 그냥 내가 마시면 되고 누나가 진짜로 마신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게 아닌가!! 맥주를 기다리며 누나에게 진짜 먹을거냐고
물어보자 누나는 너가 맥주를 너무 맛있게 마셔서 못참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난 이때까지만 해도 진짜 그냥 장난하는건줄 알았다.
왜냐면 평소 술이라면 진짜 질색을 했고 장난으로라도 술을 먹이려 하면 정색을 하며 토라지곤 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알바생이 맥주를 가져와 테이블에 놓자 난 자연스럽게 잔을 가져와 벌컥벌컥 마셨다.
누나는 흔들리는 눈으로 왜 내꺼 니가 먹냐고 물었고 난 내꺼 주문한거야 누나껀 없어^^라고 대답했다.
'진짜 나 안줄거야?ㅠㅠ'
누나는 울상을 지으며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을 지었다. 순간 너무 귀여워서 씹드억사 할뻔 했으나 웃음을 참고 진짜 마시려고 하냐고
다시 물어봤다. 빨리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더 장난하면 기본안주로 맞을거같아 얼른 줬다.
누나는 욕망에 찬 눈으로 맥주를 받아 심호흡을 하더니 그 오백잔을 단숨에 반 이상 비워버렸다.
난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믿을 수 없어 두 눈을 꿈뻑거렸고 누나는 수줍게 웃으며 입가를 훔치곤 소리를 죽여 트림을 했다.
누나는 설명을 요구하는 내 눈을 보더니 민망한듯 목을 가다듬고는 사실을 얘기해줬다.
그랬다. 사실 누나는 존나 주당이었다.
주량이 소주 3병쯤 됐었다. 근데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그렇게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 그렇다고 얘기하면 되지 않았냐 왜 종교땜에 못마신다고 얘기했냐 물어보니까 누나가 처음 날 봤을때 인상이 좀 성실하고
범생이같은 느낌인데다 자긴 유치원 선생님인데 술 좋아한다고 하면 좀 깰거같아 말하기 부끄러웠다고 했다.
내가 말없이 가만히 있으면 좀 찐특이 나와 그렇게 느꼈던거 같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누나도 나한테 잘보이고 싶었던건가 하는 마음에 조금씩 설레이기 시작했다. 잘하면 오늘 큰 진전이 있을 느낌이었다.
난 벅찬 마음에 누나 그럼 우리 러브샷할래? 물었고 누난 다시 푸하하 웃으며 미친놈아 하며 뻥튀기를 던졌다. 결국 기본안주로 맞고 말았다.
누나는 마침 금요일이라 다음날 술냄새 걱정도 없으니 기분내서 마신다며 오백잔에 소주를 꼴꼴꼴 따라 거나하게 말아드시기 시작했다.
난 감당할수 없었다. 아니 무슨 소맥 비율이 5:5인것임; 이러다가 내가 먼저 가게 생겼기에 난 초장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누나 나 이거 마시면 토해.'
'먹지마~~ 누가 멕였니? 나 혼자 마실거니까 재롱이나 떨어바 ㅋㅋㅋㅋ'
귀여운 얼굴로 장난스레 말하는 누나였지만 붉은 조명탓인지 술기운 탓인지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누나의 표정에선
왠지 음란함이 묻어나는듯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먹잇감을 앞에 둔 포식자의 여유였던것 같다.
소주가 4병째 비어가자 누나는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했다. 하릴없이 소세지나 잘라먹던 나는 그 틈을 타 담배를 피우고 오려고
흡연실로 향했고 기분좋은 취기를 느끼며 재빨리 담배에 불을 붙여 향긋한 연기를 함빡 빨아들였다.
누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렇게 같이 데이트도 하고 그러는걸 보면 분명 호감을 느끼기는 하는듯 한데
과연 날 남자로 느끼고 있을까? 마냥 애취급 하지는 않으니 가능성이 있는거겠지? 그럼담 어떻게 내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걸까..
누나가 어떤것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창문 밖으로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담배를 거의 다 피워갈 때 쯤 흡연실 문이 열리며 누나가 들어왔다.
'담배피우러 왔구나? 여기 있을 줄 알았다.'
누나는 무슨 영화처럼 말을 했다. 해바라기에서 김정태가 오태식이 돌아왔구나? 하는것처럼 심드렁하고 담백한 말투였다.
아무래도 취한것 같았다. 난 명색이 몰래 피우러 온 것이었기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어어... 그러고만 있었다.
그런 날 보더니 누나는 슥 다가와 '나도 하나만 죠..' 속삭였다.
흡연실엔 나 말고 내 또래 남자 두명이 앉아있었다. 3:3 미팅 나온듯 한데 열심히 서로 전략을 짜는듯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나가 흡연실에 들어오자 흡연실의 주인공은 누나가 되었다.
누나는 존나 존재감 뿜뿜이었다 시발 술집에선 AOA의 심쿵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걔네도 누나의 그 당돌함에 압도되었는지 누나의 몸매를 힐끔힐끔 훔쳐보며 묵묵히 담배만 피워댔다.
누나는 짧은 청치마에 살짝 비치는 검은색 오프숄더를 입고 있었다. 난 처음에 봤던 누나의 수수하고 청순한 빵집누나 스타일이 좋았는데
이상하게 나를 만나는 날에는 어디서 야시꾸리한 옷을 주워다 입고 오곤 했다.
그건 그거대로 좋았으니 별말 안했지만 이렇게 다른 사내새끼들이 눈독들이는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날렵한 몸매가 드러나는 누나를 계속 세워두고싶지 않아 난 냉큼 담배를 한대 물려주며 그녀석들의 맞은편에 누나와 함께 앉았다.
마주보게 되자 힐끔거리는 것을 멈춘 둘은 다시 전략에 대해 몇마디 나누더니 자신들의 전장으로 복귀했다.
요염하게 다리를 꼬고 담배연기를 내쉬는 누나의 모습은 내가 아는 연주누나 맞나 싶을정도로 평소와 달라보였다.
뭔가 타락한 버전이라고 할까.. 근데 이 극과 극의 차이가 묘하게 흥분되는듯 했다.
'너 너무 독한거 피운다~'
'누나 원래는 뭐 피우는데?'
'나 평소에 피우지는 않어 그냥 기분좋을때 하나씩 피우지.'
'오 그럼 오늘 기분좋은가보네?'
'아 당연하지~~~!! 올만에 우리 듬직이랑 마시는데~~'
누나는 '듬직'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타이밍에 손가락으로 내 허벅지를 간질였다. 섰다 그때 솔직히..
난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누나를 쳐다봤고 누나도 나를 쳐다봤다. 눈이 잠시 마주친 우리는 자연스럽게 입을 맞췄다.
누나는 내 허벅지에 올린 손을 점점 내 사타구니로 옮겨갔다.
나도 누나의 허리를 감싸 당긴채 점점 손을 올려 브래지어의 견고한 감촉을 느꼈다.
누나의 숨결에서 담배냄새가 나는 것이 굉장히 야한 기분이 들게 했다. 술냄새와 담배냄새가 섞였지만 누나의 침은 무척이나 달콤하고 향긋했다.
누나도 내 혀를 뽑아먹을듯이 탐욕스럽게 빨아댔고 우리의 정열적인 키스는 누군가 흡연실에 들어오고서야 중지되었다.
누나와 나는 이미 꺼진 담배를 빨아대며 어흠커허흠하며 황급히 나와 계산하고 짐을 챙겨 술집 뒤편의 모텔에 입성했다.
이미 서로 잔뜩 흥분해있었기 때문에 애무따윈 필요 없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신발도 벗지 않고 누나를 침대에 눕히고 서둘러 바지를 내렸다.
누나도 서둘러 치마를 걷어올리며 내 속옷위로 단단하게 발기한 자지를 쓰다듬었다.
누나의 차갑고 가녀린 손이 팬티속으로 들어와 내 뜨거운 자지를 잡아 흔들었다. 나도 누나의 팬티 위로 흥건하게 젖은 애액을 보지 전체에
고루 펴발라주며 누나의 검은 오프숄더 가슴부분만 밑으로 내렸다. 누나의 속옷은 위 아래 모두 버건디 색이었다.
레이스나 망사 없이 심플한 디자인이었지만 오히려 그 기본적인 느낌이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듯 했다.
나는 걷잡을 수 없는 흥분에 누나의 예쁜 버건디색 팬티를 옆으로 제껴 그대로 내 자지를 보지에 삽입했다.
애액이 퐁퐁퐁 샘솟듯이 나오고 있어 미끈하게 빨려들어가듯 삽입되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내 팔을 꼭 잡고 바르르 몸을 떨어대는 누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교성을 내기 시작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청순하게 웃으며 보조개를 보이던 그 유치원 선생님이 이렇게 야한 모습으로
음탕하게 신음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성취감과 정복감이 밀려들며 금세 사정감이 올라왔다.
난 누나의 허리를 팔로 단단하게 감아 하체를 바짝 밀착시켜 자지를 최대한 깊게 삽입한 자세로 누나의 자궁 입구에 잔뜩 사정을 했다.
누나는 한참동안 괴성에 가까운 신음을 내지르다가 내가 사정한 후 움직임을 멈추었음에도 보지를 움찔움찔하며 여운을 느끼는 듯 했다.
누나는 웨지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웨지 부분이 자꾸 내 등에 걸리적거려 천천히 샌들을 벗겨줬다.
둘다 극도의 흥분상태였기에 거의 삽입과 동시에 사정한거나 다름없었다. 그 덕분인지 난 여전히 화가 잔뜩 나있었고 사정한 정액과
누나의 애액이 섞여 미끈거리는 질벽의 감촉을 민감해진 자지로 고스란히 느끼며 엉망으로 뒤엉켜있는 누나의 옷을 천천히 벗겨주기 시작했다.
누나는 다리를 양옆으로 활짝 벌리고 정액이 흘러나오는 보지에 자지가 박힌 채 살며시 몸을 비틀어주며 탈의에 협력했다.
매끈한 누나의 알몸이 드러나며 마지막으로 청치마와 팬티를 벗기기 위해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지를 잠시 뺐다가 얼른 옷을 모두 벗겨
던져버리고 다시 누나의 보지 깊숙히 삽입을 했다. 푸지컥 하며 공기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정액이 거품처럼 되어 흘러나왔다.
누나는 학 하며 신음소리를 내더니 다시금 한차례 몸을 바르르 떨고는 하얀 허벅지로 내 허리를 감싼 뒤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액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불같았던 방금전의 섹스와는 반대로 우리는 천천히 서로의 몸을 음미했다. 누나의 몸 구석구석을 핥고 빨아주며
내 체취를 잔뜩 묻혔고 누나는 그런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야한 신음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허리를 튕겨올렸다.
철퍽철퍽하는 야한 소리가 잔잔한 신음소리와 섞여 온 방안을 가득 채워갔다. 난 따뜻하게 조여오는 누나의 질벽과 허벅지의 감촉을 느끼며
다시 누나의 보지 깊숙한 곳에 오랫동안 사정을 했다. 황홀한 사정감을 즐기며 마지막 한방울까지 누나의 몸 속에 충실히 흘려넣었다.
기력이 모두 소진된 우리는 그제서야 비틀거리며 함께 샤워를 했고 정신없는 와중에 서로의 몸을 껴안으며 끊임없이 서로의 살결을 느꼈다.
이때부터는 피곤이 가득 몰려와 기억이 잘 안난다. 서로 좀 더 섹스는 하고싶은데 몸이 힘들어서 잘 안됐었던거 같다.
그냥 서로 끌어안고 딩굴거리다 잠든듯.
누나의 아담한 젖가슴을 어루만지며 아득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나는 이제 누나와 사귀게 되는걸까.. 아니면 섹스파트너가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별로 사귀어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알지 못했다. 이 사랑스러운 누나와의 관계가 그렇게까지 파국으로 치달을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