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손절
나는 인생에서 손절을 여러번 했음.
당할때까지 멍청하게 당하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손절한 경우도 있고 깔끔하고 편하게 손절한 경우도 있고
암튼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람보는 눈과 손절에 일가견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편이야. 그런 사람 입장에서 썰을 풀어주고 싶다.
나는 지금 20대 초반 여자이다.
나는 중학교3학년때 친구들 여섯명이랑 제일 친해.
그냥 고등학교 올라가서도 맨날 얘네들이랑 놀았지.
겨울에는 꼭 스키장 가고 방학이면 진짜 많이 봤지.
그중에 A라는 친구가 있어.
친구를 친구로 존중 안하는 부류를 처음 만났지
얘를 손절하는게 진짜 너무 힘들었다.
공부도 잘하고 어울릴때 재미도 있고 그런 친구인데
이제 니네 친구중에 그런 애 한명씩은 있을거야
나를 특히 무시하는 애
그렇다고 나를 싫어해서 일부러 엿좀 먹어봐라 그런건 아니야
그냥 만만한거야. 걔 입장에서는 그게 아무것도 아닌거지.
나는 스트레스 받고 짜증나지만 걔한테는 그냥 만만한 친구.
내가 좀 놀리고 얘가 무슨 말 할때마다 깔보듯 말하는게 당연한 애야.
예를 들어 내가 “나 요즘에 이거 준비하고 있어” 이렇게 말하면
피식 웃으면서 “그걸 왜하는데?” “잘할 수 있어?” “니가 그걸 한다고?”
”어 그래 잘해봐라 ㅋㅋ” 이런 반응?
그래 얼굴 예쁜 편도 아니고 딱히 특정한 뭘 잘하는 것도 아니야.
공부도 내신만 3~4등급 나와서 적당한 대학 갔지.
그래 나 못난 년 맞아 근데.
엄마랑 단둘이 살아도 내 용돈벌이는 내가 알아서 할줄 알고
대학도 인서울은 아니지만 거기서라도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타고 자격증도 따고 있고
엄마 생신때 어버이날 때 잊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드리고
대놓고 무시당해도 기분 안나빠야되는 사람은 아니거든.
내가 짜증도 한번 내봤지. 사과를 하는데.
그때 뿐이야. 다시 똑같이 그랬지.
문제는 내가 같이 노는 중학교 친구들. 한마디로 내가 노는 무리에
걔가 같이 있다는 거지. 얘랑 연락을 안하고 손절하려면
나머지 친구들 또한 끊어내야 해.
그건 너무 큰 손해잖아. 얘 하나땜에. 그것도 나 혼자 기분 나쁜 일로.
다른 친구들이랑은 아무 문제가 없어.
오히려 나는 좀 어리버리 하고 무리에서 좀 웃기는 역할이기도 하고
걔는 공부도 잘해서 그냥 이름만 말하면, 와 공부 존나 잘했나보네
할 정도로 좋은 대학 갔어. 거기다가 또 재밌기도 하고.애들이 다
인정해주지.
나도 걔 자체가 나쁜 애는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당연히 걔가 썅년이고 짜증나지만
친구들이 볼 때에는 걔는 지 앞가림 잘하고 잘난 친구고
나는 항상 어리버리 하고 웃기기나 할줄 알고 못난 년이잖아.
우리둘이 싸워봐. 누구편을 들겠냐고
나도 당연히 서운한데 어쩌겠어. 내가 못난거 사실인걸.
근데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친해진 친구 한명이 있어.
걔랑 말이 너무 잘 통하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도 같고
노는 것도 비슷한 그런 애가 있어.
스무살 때 걔 한테 A얘기를 했지.
걔가 이런이런 친구이다. 정말 스트레스 받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또 좀 연락 안받고 슬금슬금 모임 피하면 카톡,전화해서
애들이 너 요즘 왤케 우리랑 안놀려고 하냐. 서운하다.
단톡방에서 왜 말이 없냐. 그러거든.
고등학교 친구를 B라고 할게
B가 내 얘기를 들어주면서 걔네 존나 나쁜새끼들이다.
쌍욕 하면서 연락을 끊으라고 하는거야. 난 걔한테
내 얘기 들어주는 게 고마워서 쪽팔린데 눈물 뚝뚝 흘리면서
“그럼 걔네랑 다 얼굴 안봐야 되는데?”
하니깐 이제부터 나랑 놀자고 그냥 그런애들이랑
노는게 시간낭비라고 말해주는거임 ㅠ
정말 내 인생친구고 너무 고마운 친구야.
근데 그당시에는 또 소심해서
바로 손절도 못하고 어떻게 할까 고민만 하는데
그냥 A한테 카톡으로 말을 하게 됐음. 전화로 말하긴 무서웠어....
나는 너 이러이러한 것이 기분이 나쁘다. 그동안 스트레스 많이
받았고 서운했다. 이렇게 카톡을 보내니까
보통이었으면 30분이면 올 답장이 이틀동안 안오더라고
나는 그래도 미안하다는 답이 올줄 알았음 진심을 담아서 얘기하면
근데 걔한테 온 답장을 보고 내가 왜 얘한테 속얘기를 털어놓기
힘들어 했는지 다시금 깨달았음.
끊임없는 자기합리화. “니말이 무슨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한 거야?” “아니 나도 미안은 한데 너도 문제 있지 않아?”
나는 니가 조금만 기분나빠하면 미안하다고 했고
화내거나 연락 안 받아도 소심해서 풀죽어 있고 그랬어.
그래 나도 너 기분나쁘게 한거 있겠지. 하지만 니 문제는
니가 기분나쁠땐 그거 하나가지고 사람 엄청 괴롭히면서
자기가 하는 상처주는 행동들은 알지도 못하고 진심 담아서
말해봤자 무시해버리려고 하지. 나도 너랑 더이상 얘기하기 싫다.
너랑 더 친구로 못 지내겠다. 그만하자.
딱 이렇게 보내고 차단함.
단톡방도 나와버렸어..
그 뒤로 무리에 있던 애들한테 연락이 왔지만
그렇게 됐다고만 말하고
끝냄.... 한두명 카톡 오더니
그뒤로 연락 오지도 않더라 ㅋㅋㅋ
그냥 걔네한테도 나는 별거 아니었던 거야..
더 연락 안오는게 마음 편하면서도
아... 내가 얘네랑 5년을 알고 지냈는데 그냥 이정도구나
싶은 씁쓸한 감정도 있고
나한테 진짜 고마웠던 B랑은 아직도 단짝으로 지내고 있어
그냥 서로가 가장 소중한 친구야. 가장 최우선이고
알고 지낸 기간은 중학교 친구들보다 쪼금 적지만
얘만큼 나랑 가깝고 마음 터놓고 지내는 친구 없어.
나보다 어른스럽고 얘랑 있으면서는
서로 가끔 서운한게 있으면 꼭 말해서 풀고
그럴때마다 더 친해져.
너희도 꼭 그런친구 만나줬으면 좋겠어.
내가 못나든 잘나든 같은 위치에서 존중할 수 있는 친구
얘한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아서 지금은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하는 일도 잘되고 있어
친하기만 하다고 절친이 아니라는 거.
A랑도 친한걸로만 따지면 진짜 친했어 ㅋㅋㅋ
그걸 친하다고 할 수 있을까?
기본적인 존중이 없는 애였고 나는 속으로만 싫어했지
아니 애초에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나도 잘못은 있지.
애초에 기분나브다는 표현을 싸우는게 무서워서 안한거.
그걸 싸워서 풀든가 그래도 안되면 그때 절교하든가 했었어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뭐 걔네들도 내 뒷담 신나게 까면서 지들끼리 잘 놀고 있겠지
지들끼리 친하게 지내라고 해. 난 더 좋은 친구 만났고
충분히 행복하니까.
긴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