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저냥 흔한 첫사랑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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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 흔한 첫사랑 썰

익명_MTYyLjE1 0 1401 0

안녕 난 대한민국에 사는 그냥 흔한 26살 남자다.

현재는 영국유학생활하다가 한국에 들어와 공익하는중이고(킹익개꿀) 연애는 뻥안치고 짧게만난거 다합하면 20명은 넘은것같다.

근데 사랑은 첫사랑한명만 했던것같음. 글을 처음써서 딱딱한건 미안.

 

아직도 기억난다. 고등학고 3학년때 학교근처 학원에서 여느때처럼 수업을 듣고있었다.

이과생학원이라 수학수업이 끝나고 과학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파란 야상패딩에 (그땐 유행이였음) 뭐라 설명하기 힘든 평범한 모자를 쓴 긴머리 여자애가 있었다.

 

초면이라 그냥 무덤덤하게 있었는데 그애가 진짜 밝은 미소로 안녕이라 말을 걸어줬다. 무심코 들려온 목소리에 얼굴을 처다봤는데 와 진짜 빛이나더라. 솔직히 객관적으로 안예쁜데 왜 내눈에 그렇게 빛이 났던건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도 가끔 보면 빛남. 아닌척 하는거지 뭐 암튼. 어디 학교 다니냐길레 요앞 현백근처다라고 대답했고 자기도 그 학교를 다닌다고 말했었다. 고등학교 생활을 얌전하게하진 않아서 그래도 학교 내에서 모르는 학생이 없었는데 뭔가 싶었다. 억양도 이상하고 물어보니까 대구에서 전학왔다더라.

 

번호를 어떻게든 알고싶은데 초면이고 내가 말주변이있는것도아니고 번호를 따본경험도 없고 미치겠더라.

아직도 생각하면 오글거리는데 폰을 두고와서 엄마한테 전화한다고 거짓말치고 폰빌려서 내폰에 전화했었다. 그렇게 번호 알고 학원 저녁시간에 같이 밥도 먹고 다니고 그러면서 혼자 좋아하는 마음이 계속 커져가고있었던것같다. 그애는 대구에 몇년동안 짝사랑한 오빠가 있었다고 했고 자긴 그오빠때문에 누굴 좋아하고싶지 않다고 했다. 우린 틈만나면 몇시간동안 전화로 이런거저런거 재잘재잘 참 많은 대화를 했었다.

 

한날은 중학교 같이나온 친구중 하나가 어디서 그애의 번호를 알게된지 모르겠는데 연락중인걸 봤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렇게 이쁜편은 아닌데 애가 잘웃어주고 때묻지않은 순수함에 한반에 다여섯멍은 그애한테 호감을 가졌던걸로 기억한다. 평소에도 그애와 전화하면 누가 편지를 줬니 도시락을 싸줬니 이런 얘기때문에 신경쓰였는데 중학교동창 불알새끼도 얘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여간 신경이 쓰인게 아니였다.

 

하지만 불안은 억시 현실이 되는법. 일주일뒤에 둘이 사귄다고 하더라(대구오빠때문에 안만난다며ㅡㅡ). 진짜 속으로 열불천불 끓는데 성인군자마냥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느라 애썼다. 서로 잘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귀어서그런지 얼마 안가 헤어지긴했다 그래도. 아마 이맘쯔음이 고등학교3학년 6월모의평가 때인것같다.

 

수능 전까지 여간 추파를 던진게 아닌데 잘 모른건지 모른척하는건지 나중엔 아예 대놓고 내가 너 좋아한다고 말해도 알아 나도 너 좋아 친구로! 뭐이딴 개똥같은 답변만 오고 그랬다. 그래서 아 그냥 친군갑다 생각할만하면 여지를 준다 얘는. 가장 생각나는건 우리학교가 남녀공학인데 교실은 남여 따로쓰는 그런 학교다. 유일하게 여자랑 같이 수업듣는게 체육이나 이동수업 다였다. 그날은 비가와서 강당에서 체육수업을 듣는데 그때 난 키가 183에 몸무게 53인가 그랬다. 누가봐도 운동과는 거리가 먼 피지컬이라 구석에 앉아있는데 나한테 와서 자기 피곤하다고 내 무릎에 머리 비비면서 들와버리곤 잠들어버리더라. 엄청 불편한데 누군가가 내몸을 의지한다는게 너무 떨리고 심장소리 들릴까봐 일부러 틱틱거리고 그랬는데 다 알고있었겠지.

 

뭐 암튼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이 어영부영 끝나고 난 수능을 제대로 조져버리고 기숙학원을 들어갔다. 아직도 몸이 너무 힘들거나 심적으로 불안하고 그러면 재수할때 꿈꾼다. 남자들 군대꿈꾸듯. 기숙학원 특성상 매달 휴가란게 최대 3일정도 주어지는데 졸업식은 해야해서 첫휴가를 나와 간만에 애들이랑 만나 고등학생때 몇번갔던 술집에서 술마시고 집에들어왔다. 

 

너무 오랜만에 밖에음식을 먹어서 잠이 잘안와 습관처럼 그애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이다부터해서 어디대학 붙어서 간다 기숙힉원은 어떠냐 하다가 말하더라 자기 남자친구 생겼다고 29살인지 뭔지 잘 기억안난다 그냥 머리가 띵했던것밖에. 난 또 그냥 그려려니했지 뭐. 그렇게 빛과같은 2.3초가 흘러가고 6월이 됐다. 모의평가가 곧이라 휴가를 당일치기로 나가려는데 그애가 보고싶었다. 기숙학원 저녁 시간에 부모님께 전화걸수있는 쿠폰이있는데 그애한테 전화걸어서 엄마 나 곧 휴가나가는데 수원역에서 @일에 볼수있냐고 했다. 그애는 처음에 엄마라고해서 당황했지만 이내 적응하고알겠다고 했고 휴가당일 애가 수원역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대학교 가더니 화장도하고 더이뻐져있어서 미워보였음. 나는 개같은 기숙학원에서 하루 네시간 자고 밥먹는 시간빼고 책만 읽고 있는데 얜 이렇게 이뻐져선 29살 놈팽새끼랑 이리저리 놀러다니는 상상하니깐 아오 화가 나더라. 아무튼 오랜만에 밖에 나오고 좋아하는 애도 있고 시간도없고 해서 빠릿빠릿 움직였다. 영화관 가서 은밀하게 위대하게 표 두장 사고 바로옆에 스무디킹가서 음료두잔 시키고 하루가 십초만에 흐르더라. 그렇게 그애는 버스타고 서울로갔고 난 수능끝나고 보자하고 들어갔지.

 

이후로 2014년 8월까지 그니깐 14개월동안 연락이 뜸했다.

그애가 안한게아니라 내가 수능을 또 조지고 부산으로 대학을 가고여자친구가 생겨버렸거든. 사실 쟤 좋아하면서도 그냥 잊으려고 고등학생때도 재수할때도 여자친구가 수시로 바뀌긴했었는데 안좋아하니까 금방 헤어지더라 뭐 헤어져서 힘든것도 없고 암튼 그랬어

 

근데 부산갔을때 사귀게 된 여자친구가 나보다 3살 연상이여서 너무 착하고 잘해주고 그래서 쟤생각이 잘 안났었던것 같다. 하지만 나놈은 생각보다 나쁜게 잘해주면 금방 질림... 연락 뜸해지고 그냥자연스럽게 헤어지고 그 쯔음에 쟤도 그 29살 놈팽새끼랑 헤어졌다. 진심 속으로 환호성 지름 아 물론 사귈생각 없었어 난. 왜냐면 그애는 평소에도 입버릇 처럼 난 자기 스타일 아니라고 난 무조건 친구라고 했거든. 누가뭐람 난 그래도 너가 좋았는걸.

 

그 뒤로 난 틈만나면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갔고 그애를 만났어.

여담이지만 그애가 보통 금수저가아니라 그냥 티타늄메가다이아수저다. 집에 차만 롤스로이스 팬텀, 포르쉐 911, 포르쉐 카이엔, 람보 아벤타도르 그리고 막타는 차가 528i였어. 걔야 뭐 자기집이 얼마나 잘살든 크게 신경안쓰는 주의고 나도 그땐 용돈만 사오백 받고 그랬어서 그려려니했지. 그래서 내가 서울역으로 오면 걔가 차타고와서 기다려주곤 했다.

 

여하튼 그애 친구중에 쌍둥이가 있는데 그날은 차에 탔는데 쌍둥이도 있더라. 무슨 자기집에가서 명란파스타인지 뭔지 만들어 먹자고-_-;; 알겠다하고 별 친하지도 않은 쌍둥이집에 처음으로 가서 부모님 뻘쭘하게 인사드리고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맛은 생각외로 있더라. 다먹고 쌍둥이 방들어가서 ‘쌍둥이’ ‘그애’ ‘나’ 이순으로 침대에 누워있는데 배가 불러서 그런지 쌍둥이 코고는소리 들리고 잠들었다. 근데 갑자기 전혀 아무렇지않게 그애가 우리 그냥 사귈까?이렇게 나한테 물어보는데 오 시발 내가 뭘들은거죠 심장 박동 빨라지고 말 더듬고 눈 핑핑돌고 귀에서 따뜻한 바람나오는 기분들고미치겠는거야 아주. 

 

그애는 내가 대답없이 어버버거리니까 싫음 말고 이러고 난 아니 너무 좋다 무조건 사귄다 바로 대답했지. 내가 사귀자고 먼저 말을 해야하는데 여자가 먼저 하게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너가 나를 친구로만 보는줄 알아서 사귀자고 말할생각이 아예 못들었다고 하니깐 그거 알아서 사귀자고했다더라. 2014년 12월 18일 밤11시경이였다. 그렇게 난 그애와 사귀게됐고 밤이 늦었으니 집에 델따 주겠다고 했다. 보통은 남자가 여자 밤길 걱정해서 남자가 데려다 주는건데 우리는 애가 차가있으니깐 맨날 우리집앞까지 얘가 태워다 주곤했다. 

 

삼성동에서 논현동이 먼거리는 아닌데 그걸 매일같이 데려다 줬으니 감사할만도해야한데 그때의난 21살이라 그런걸 몰랐다. 이건 아직까지도 내가 참 미안하고 후회하는 부분이다. 

 

사귀고 5일정도 지났을때 아마 크리스마스 2틀전인가 그애 집 소파에서 나란히 누워있다가 초저녁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뽀뽀를 했다. 키스도아니고 진짜 입술 살짝 닿는 그런 뽀뽀. 진짜 촉촉한게 뽀뽀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지더라. 그애는 뽀뽀하더니 얼굴 빨게지고 자기가 생각보다 나를 많이 좋아하고 있었던것 같다고 말해줬다. 내가 그때 그 뽀뽀 느낌 때문에 얘가 쓰던 립밤을 몇년째 쓰고있다. 디올 에딕트 ㅅㅂ...

 

그렇게 우리의 22살이 끝났고 난 그애를 자주보기위해 학교를 휴학했다. 배운것도 없고 하고싶은것도 없고 휴학하니 부모님눈에는 당연히 안좋게 비칠수밖에없었는지 난 그해 8월에 영국으로 급하게 떠나게 됐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우린 9월에 헤어지게됐고 벌써 3년이 넘게 흘렀다. 온라인 그리고 익명이란 힘을 빌려 말하고 싶었다.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너무 사랑하는데 너무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고, 너무 내생각만 내세워서 미안했다고, 너무 너입장을 이해안해서 너무 너가 당연해져서 소중히 못대해줬다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와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너와 헤어진 그날까지 모든 날 모든 순간의 너를 기억하고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때의 난 너무 어렸고 유치했으며 그런날 만나주느라 힘들었을 거란걸 감히 여전히 어린 내가 적어본다.

 

서울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맛집 탐방하고 카페도가고 삼계탕 맛집이라고 토@촌도 가고 같이 연극도 보고 고등학교 근처였던 로데오거리도 걸어보고 틈만나면 소리소가서 커피마시고 드라이브도 하고 심야영화도 보고 부산에서 택시타고 돌아다니고 자갈치 시장도 옹두산공원도 코건조하다고 물컵에 꽂는 싸구려 가습기도 영화관 포토티켓 수십장 만들어서 같이 보관하고 밤새고 에버랜드가서 놀이기구타면서 졸아보고 이렇다할 특별한 하루가 아니었는데 그애랑 걸어보니 하나하나 다 빛나고 소중하고 너무 나란 사람한테 값진 하루들이였다. 12월부터 8월까지 240일 정도의 짧은 기간이였지만 몇년이 지나도 나에겐 잊혀질수 없는 23살의 너 그리고 너를 좋아했던 나자신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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