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장 근무 후기 2탄 부제 : Pig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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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장 근무 후기 2탄 부제 : Pig master

익명_NjQuMzIu 0 964 0

한 1년전쯤에

양돈장 근무해던 후기 썼었습니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허접하게나마 2탄 적고 갈게요.

 

 

오늘은 제가 있던 양돈장에 계시던

Pig Master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어떤 직장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양돈장역시 크게 다를것 없음.

매일 매일 똑같은 업무의 반복.

 

대충 생각나는대로 당시 업무순을 적어보면

1. 기상 후 돼지 밥주기 07:00 ~ 07:30

2. 근로자 식사시간 07:30 ~ 08:00

3. 모돈사 임신개체 확인 08:00 ~ 08:30

4. 자돈사 예방접종 및 이빨자르기, 귀에 각인넣기,

    거세하기, 꼬리자르기 08:30 ~ 10:00

5. 전반적인 전체 축사 정비시간 10:00 ~ 11:30

    - 축사 주변 잡풀제거(난이도●○○○○)

    - 축사 시설물 보수(난이도●●●○○)

    - 미사용 축사 청소(난이도●●○○○)

    - 돼지 축사 이동(난이도●●●●●●●●●●●●●●)

6. 돼지 밥주기 및 메인사료탱크 리필 11:30 ~ 12:30

7. 근로자 식사시간 12:30 ~ 13:00

8. 돼지 출하 13:00 ~ 15:00

    - 자돈 출하(난이도●●●●○ normal)

    - 모돈 출하(난이도●●●●●●●●●hard)

    - 씨돈 출하/입하(난이도■■■■■■■■■■■■hell)

9. 죽은 돼지 처리하기 15:00 ~ 16:30

10. 전반적인 전체 축사 재정비시간 16:30 ~ 18:00

11. 돼지 밥주기 18:00 ~ 18:30

12. 근로자 식사시간 18:30 ~ 19:00

 

19시부터 저녁식사 이후부터는 당직을 정해서

돌아가며 관리함.

 

위에 업무표는 대강 적어둔것이며

그 외에 수많은 변수들이 생기기에

추가되거나 생략되는 업무가 많음.

 

제 전에 글을 읽어보신분들은 알겠지만

돼지 축사 이사시키는게 좃같음.

 

한번은 모돈 이사중에

그날 역시 탈주를 시도한 돼지떼..

그중에 한마리가 지하수 펌프 매설되어있는

콘크리트 구덩이에 빠지는 대참사가 발생함.

 

깊이 1.5m정도 되는

펌프 매설탱크에 빠졌는데

입구를 막아놓은 장치는

어떻게 파괴하고 쳐들어가셨는지..

 

미쳐날뛰는 150kg이상 엄마돼지를

인간 힘으로 끌어올리는건 불가능함.

 

지게차 가져와서 끈으로 돼지를 묶어

끌어올려야하는데 돼지를 끈으로 묶을

3명의 용자에 선발되어 갔음.

 

튼튼한 밧줄을 들고 펌프매설지로 내려가는

계단옆에 다가가서 작업자 3명이 나란히 서있으니

돼지가 우리를 쓱 쳐다봄

미개한 동물이지만 눈빛을 보면

어느정도 소통이 된다는것을 그때 깨닳았음.

 

'내가 제일 먼저 가까이 오는 한새끼는 반드시 죽인다'

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음.

선발된 용감한 3인의 작업자는

발이 얼어붙어 누구하나 먼저 나서지 못했지.

 

'그'가 나서기 전까지는 말이야.

 

전에 썼던 양돈장 근무 후기 1탄에서

잠깐 언급했던 우리 농장의 엘리트 형에 대한 이야기야.

 

그 형님은 k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한 후

우리 농장의 농장주가 본인의 학교선배인지라

실습을 나왔었고..

일하는 모습을 본 농장주께서

이새끼는 크게 성장할

진정한 pig master라는것을

한눈에 알아봤음.

 

내가 처음 농장을 갔을 당시

이 형님께서는 농장주가 본인 사비로 직접

독일의 돼지 농장에 워크샵(?)을 보내주어

없었는데 나중에 복귀하였음.

 

편의상 Pig Master니까 PM형님이라 부를께.

 

어쩔줄몰라하는 댕청한 3인의 작업자가

발을 동동구르고 있자

PM께서 소식을 듣고 사고현장으로 오셨음.

 

우리 손에 들려져있던 밧줄을 빼앗더니

지하수 펌프가 있는 매설지로

뛰어 내려갔음.

 

그곳에는 150kg에 육박하는 돼지가

잔뜩 흥분하여 지랄발광을 떠는

지옥 한 가운데란 말이야...

 

아니나 다를까 돼지새끼는 pm께서

뛰어들어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거칠게 대가리를 흔들었고

그 거대한 몸뚱이는 마하 3의 속도로

Pm에게 돌진하고 있었음.

 

하지만 pm께서는 마치

평일 아침 8시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에서

쏟아지는 인파를 밀어붙이는 아주머니처럼

마하3의 속도로 돌진해오는 돼지를

본인의 어깨로 블로킹하면서,

돼지 다리 사이로 밧줄을 빼내더니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돼지의 몸에 밧줄을 4~5바퀴 칭칭감아버리심.

 

덕분에 용감하게 선발된 3인의 작업자들은

손쉽게 돼지를 끌어올릴 수 있었고

그 돼지 역시

작업자들의 분노섞인 구타를 당하고서

자유를 선물받을 수 있었음.

 

pm에 대한 전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음.

 

pm께서 독일어 가있는 사이

사령관이 없어지자 기강이 흐틀어진 양돈장은

돼지판이 아니라 개판이 되어가고 있었음.

 

근무하는 외국인노동자 새끼들이

머리도 안좋고 순수할것같지만

생각보다 얍삽하고 게으르며

시키지 않으면 본인한테 손해되는 일

절대 안하는 똑똑한 여우들임.

 

어느 여릉날

축사에서 돼지가 한마리 죽었음.

 

그걸 발견한 외노자 새끼는

사체처리하는 거대한 찜기에

돼지 시체를 넣고 처리했어야 하지만

귀찮고 나중에 한꺼번에 하자는

미련한 생각때문에

돼지 사체를 어느 창고에 짱박아놨었나봄

 

그 창고는 겨울철

돼지 축사 주위를 덮는 거대한

천막을 보관하는 창고였음.

 

갑자기 농장에 천막이 필요할 일이 생겨서

다른 외노자가 그 창고를 개방했고..

뜨거운 여름날동안 부패할대로 부패해

역한 냄새를 풀풀 풍기며

빵빵하게 썩어 문드러진 돼지의 사체가

육수를 질질 흐르며 있는 모습을 발견함.

 

창고의 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냄새로 인해

약 200km거리에 있던 청와대에서는

북한의 대남 화학탄이 투하된것으로 착각하여

수도 방위 작전이 전개되었으며

전군 진돗개하나 발령과 동시에

뭐 여튼...

 

농장이 꽤 크거든

나도 두달 근무하는동안

농장 전체를 다 못돌아볼정도임

 

창고와 사무실은 농장 끝에서 끝 거리인데

사무실에 있었던 나와 pm께서도

냄새를 맡을 정도였으니..

 

외노자에게 긴급하게 전화가 왔고

pm과 나는 창고로 급히 뛰어갔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음

 

붉다 못해

시커멓게 변해버린 돼지 육수와

수십만마리의 구데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파리떼까지..

 

냄새는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리는것만으로도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토악질이 올라옴.

 

산전수전 다 겪은 근로자들이였지만

그들조차 자신이 없었는지

어떤 조치조차 하지 못한채

코를 틀어막고 돼지 변사처를 응시하는것만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음.

 

하지만

우리에게는 Pig Master가 있다.

 

언제 사라졌는지 pm께서는 모습이 없었고

잠시 뒤 외발 수레와 빨간색 고무장갑 10켤레를 들고

창고로 돌아왔음.

 

그리고는 우리들에게 장갑을 주며

'치우자' 한마디만을 던졌음.

 

그 어떤 화를 내지도 않고

사건의 범인역시 찾지도 않았으며

불평불만도 없이

오직 눈앞에 펼쳐진 일의 처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참 리더의 모습이었음.

(이건 진심. 존나혼날거라 다들 겁먹었음)

 

다들 pm께서 주신 장갑을 착용하긴 했지만

누구하나 두부처럼 부드럽게 썩어버린

돼지 사체에 다가가질 못했음.

 

돼지 변사체는 저번처럼

지게차로 들어올리거나 다른 방법으로

수습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남.

손대면 흐물흐물 부숴져버림,

 

그때 이번에도 역시 pm께서

엄청난 파리떼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돼지 두부를 손으로 푹 퍼올리더니

외발 수레에 담기 시작하셨음.

 

묵은지처럼 흐물거리는 돼지 사체를

해체하기시작하자 몸 여기저기와

얼굴에까지 돼지 육수가 튀고

머리카락 여기저기에는 구데기가 안착했으며

귓구녕에는 파리들이

새로 분양하는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구경오는것마냥

돌아가며 들어가려고 아우성이었음

 

pm께서 묵묵히 돼지 사체를 파헤치자

나를 포함한 외노자6명은

마지못해 울상을 하며 돼지 사체를 공략하였음.

 

첫 손부터 토를 하며 뛰어나가는 외노자.

하기 싫어 쥐똥만큼 퍼올리는 외노자.

나름 머리쓴다고 삽으로 깔짝이다 쏟아버리는 외노자.

 

하지만 pm께서는

'힘들면 담배라도 피고와서들해'

라며 꿋꿋하게 본인 자리를 지켰음.

일의 5할 이상은 pm이 혼자다함

 

그렇게 돼지 변사체를 처리하고

시커멓게 변해버린 바닥 물청소를 지시한채

농장주에게 보고하러 가는 그의 뒷모습은

영웅 그 자쳬였다고밖에 형용할 말이 없음.

 

그 외에도 pm의 전설은

수없이 더 있지만

3탄에 이어서 쓰거나 하겠음.

 

손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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