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존재에 대해 조금이나마 믿게 된 썰
익명_NjQuMz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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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5 10:00
나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때면
항상 같은 반응이였다.
"참나. 귀신같은게 어딨어ㅋㅋ"
모든 초자연적인 현상/영적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그저 인간의 착각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이 일을 겪기 전까지는 말이다.
전에 쓴 썰에서도 몇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난 대한민국 최전방 철책경계부대인
GOP에서 복무했었다.
휴전선을 중심으로
북으로 2km. 남으로 2km
이격시켜 설치되야하는 철책.
그러니까 남과 북의 거리는 4KM가 되야한다.
그러나 이 거리를 지키는 섹터는 거의 없다.
파주 모 사단의 경우
북gop와 남gop의 거리는
1km가 채 되지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약 700m)
내가 있던 섹터는
북측과 남측의 이격거리가
약 2km가 조금 넘었으며
평균 해발고지가 1400정도 되어
겨울에는 여기가 진정
한국인가 햇갈릴 정도로 별세상이된다.
여튼 잡설이 길었네.
겨울의 어느 날 이었다.
GOP는 근무 시 3개조로 나뉜다.
주간야 - 낮. 일출시간(EENT)를 기준으로 근무시간이 변경되지만 겨울에는 낮이 짧기에 약 6~7시간 근무
전반야 - 초저녁. 일몰시간(BMNT)를 기준으로 약 3시간 근무
후반야 - 밤부터 새벽. 약 12시간 이상
나는 부사수와 함께
후반야 근무에 투입되었다.
평상시와 다름 없는 근무였다.
지겹도록 내리는 눈과
깨질듯이 시려운 손과 발.
기온은 영하25도를 넘어갔으며
바람과 습도를 고려한 체감온도는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매서운 겨울이였다.
고글이 없으면
순간순간 눈을 깜빡일때마다
눈알 겉이 뻑뻑할정도로 춥다.
부사수인 김일병과 나는
철책 순찰을 진행하며
다음 초소로 이동하고있었다.
원래 초소가 설치되는 지점은
전략적 요충지.
그러니까 고지대라던가
능선의 끝부분.
혹은 계곡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적 관찰이 용이한곳에 초소가 위치하게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고지대에 점령초소가 있었다.
155초소.
그곳을 점령함으로써
적 감시를 하는것인데..
그 날은 눈이 많이와서
대대장 지시사항으로
고지대에 위치한 155초소는
낙상사고의 위험으로 인해
점령을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그 인근 초소인
156초소를 점령하라고
명령을 받았다.
기존 GOP초소는
대공초소나 벙커를 제외하면
네모난 창고처럼
1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이 기본이다.
하지만 156초소는 2층건물이다.
마치 대공초소처럼
1층에는 작은 창문이 뚫려있는
창고처럼 되어있고 2층에는
문이 달려있는 방처럼 되어있다.
마찬가지로 계단을 이용해
156초소 2층으로 이동중에
낙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1층을 점령하였고
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수인 나는
구석탱이에 자리를 잡고
쭈구려 앉아 부사수에게 말했다.
"누구 오나 잘 보고있어새꺄"
너무추워 눈물도 얼어버리는
혹독한 철원의 1400산속이지만
초소점령간에 자는 쪽잠은
포기할 수 없는 행복이다.
GOP근무중에 흡연은 절대불가이다.
하지만 겨울 후반야는
약 12시간 이상씩 근무를 서는데
흡연자들 입장에서는 고역이다.
더군다나 추울때 피는 담배가
더 꿀맞이 아니겠는가?
또한 눈 앞에는
마치 히말라야를 연상시키는
눈으로 뒤덮힌 새하얀 산들이
하얀 파도처럼 보이는 별천지.
이곳에서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하게될것이다.
여튼 이런 눈보라 속에서
간부들의 순찰은 없을것이라 판단되어
담배를 하나 물었다.
걸리면 징계지만
2년여간의 군짬밥을 믿고
나름 결단을 내린것이다.
그렇게 담배까지 피고 다시
쪽잠을 청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딱. 딱. 딱"
둔탁하고 일정한.
또 아주 가까이서 들리는 익숙한
소리에 잠을 깼다.
김일병을 쳐다보았다.
그 역시
놀란 토끼눈이 되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다시 들리는 소리
"딱. 딱. 딱"
군생활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내본 소리일것이다.
서있을때 군화 뒷굼치끼리
서로 부딫힐때 나는 소리다.
소리는 우리가 근무중인
1층초소가 아닌
바로 위 2층초소에서부터
분명하고 확실하게 들려왔다.
나와 김일병은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대화를했다.
"야. 위에 누구 올라갔냐?"
"아닙니다. 아무도 안올라갔습니다"
"아씨발..부소초장 짱박혀 숨어있었나보다좃됫다"
우리가 156초소 도착전에
이미 부소초장인 박용호중사가
156초소 2층을 점령하고
대기하고있었다 판단했다.
간부가 있는데도
까맣게모르고 1층에서
담배피고 잔거다.
저 새끼가 날 ㅈ같이 생각한다면
정식으로 징계위원회 회부시켜서
휴가 다 자르던지 영창가는거다.
점령시간인 60분동안
어떤 처단을 받을까 걱정하며,
또 그나마 내 죄를 조금이나마
만회해볼까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전방감시를 했다.
그 와중에도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딱. 딱. 딱"
중간중간 한숨소리도 들려왔는데
주변에 민가도 없고
소음이 생길만한 원인이 없어서 그런지
바로 귀 옆에서 하는것처럼
분명하고 또렷한 한숨소리였다.
"하.."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하며
어느 덧 1시간이 지나고
저 멀리서 다음 밀조가 오는게 보였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FM으로
다음조에게 수화를 한걸로기억한다.
"정지.정지.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태양"
눈치 없는 다음조
박병장은 평소와 다름 없다.
"야 나야~별일없지?"
"정지!정지!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태양!"
나는 일부로
156초소 2층에 숨어있는
부소초장이 들을 수 있도록
조정간을 돌리는 소리를 크게 내며
수화를 요란스레 냈다.
그제서야 눈치 챈 박병장은 응답을한다.
"방송"
"잠시 신원을 확인하겠습니다.
4보 앞으로"
그렇게 다음조와의 인수인계를 진행하는데
박병장이 날 쏘아붙인다.
"오늘은 뭔지랄이여또~부사수 교육하냐?"
"아이 박병장님도참!
여기는 적과 코앞에서 조우하는
최정방아닙니까 최전방!
항상 조십하는겁니다 박병장님~"
말은 이렇게하는 와중에
손으로 위를 가르키며
입모양으로는 "부소초장님" 이라고
눈치를 줬다.
그러자 박병장이 말한다.
"뭔개소리야?
부소초장 대기초소에서 뻗었던데?
나 지금 대기초소에서 있다오는겨"
그럼 누굴까
사단에서 나온 순찰관일수도있다.
그러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갑자기 박병장의 부사수인
최이병이 2층초소를 향해
LED전조등을 비춘다.
겁대가리도 없고
눈치도 없는 이병새끼.
차라리 끝까지 모른척하는게
더 좋은데 말릴 틈도 없이 일을 저지른다.
LED전조등의 불빛을 따라
2층초소를 쳐다보는데..
어라?
문이 잠겨있다.
잠금장치나 열쇠로 잠겨있는게 아니고
할램가 힙합하는애들이 하고다닐법한
두꺼운 쇠사슬로 꽁꽁 잠겨있다.
...?
그럴리가 없는데..
부사수에게 올라가 확인해보라
지시하려다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직접 올라가서 확인해보기로했다.
계단을 올라가
창문 안으로 전조등을 비춰보았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네..뭐지..
궁금증만 남겨두고
다시 철책순찰을 나갔다.
그렇게 한참 철책순찰을 진행하는데
멀리서 누군가 소리지르는걸 들었다.
사소한것이라도 청취하였을때
상황실에 보고하는것이 원칙이라
인근 초소에 들려 보고를 하는데
상황병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
156초소 점령중이던
박병장과 부사수가 지른 비명.
둘은 근무시간중임에도
불구하고 무단이탈하여
대기초소로 뛰어왔으며
근무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 둘은 막사로 복귀하였고
중대장과 통신병 하나가
그들을 땜빵하기위해 대신
근무에 투입하였다.
후반야 근무가 끝난 후
막사 복귀하였더니 분위기가
개판이였다.
상황병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03시10분 박병장 156초소 점령.
03시30분 의문의 소리 청취 보고.
03시32분 의문의 소리 재청취 보고
03시37분 의문의 소리 재청취 보고.
몇번의 청취와 보고의 반복.
그리고는 04시 안되어
초소이탈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무단으로 이탈하여
부소초장이 자고있는
대기초소로 온것이다.
그들이 들은 소리는
내가 들었던 소리와 같았다
"딱. 딱. 딱"
"딱. 딱. 딱"
처음에는 박병장도
누가 짱박혀있나싶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곧 들려온 소리로 인해
본인의 의무를 망각하고
그저 겁먹은ㅈ개처럼 도망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딱딱딱탁딱딱딱딱딱"
마치 바로 귀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하지만 절대로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로 군화발 부딫히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단근무지 이탈과
상관명령 불복종. 경계근무소흘 등등
갖가지 죄명으로 입창하였으며
결국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갔다.
그리고 그 일도 서서히 잊혀져갔다.
약 1년여간의 GOP생활이 끝나고
후발교대부대가 인수인계를 위해
우리 부대로 올라왔다.
당시 개말년이었던 나는
근무를 열외받는 대신
부대물자 및 GOP교범들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수많은 서류를 중대장실에서
꺼내오는 도중에 눈이 가는
서류뭉치를 발견했다.
우리가 있던 GOO섹터를
'백운대'라고 지칭했는데
-백운대 사건/사고 기록부-
이런식의 교범이였다.
민간인이 나물 채취하러
민통선 넘어 야산 들어왔다가
미확인지로 폭사
- 민간인출입통제철저
짬 버리던 취사병
멧돼지에 받쳐 중상
- 짬 버릴때 2인1개조 이동철저
등등 사건이나 사고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현장사진이
첨부되어 있었고 해결책도 짧게
써있는 형식이었다.
원래 고어물을 좋아했던터라
무삭제원본 사진을 재밌게 보며
내려가는데 눈에 익은 사진이 보였다.
화진포 고가초소.
가혹행위 피해이등병 수류탄자살..
초소의 사진은
분명 156초소였다.
옛 이름은 화진포초소였다.
예상대로 대공감시를 겸하는
고가초소였기에 2층으로 되어있었다.
1980년대.
화진포초소에서 근무를 서던
아무개 상병과 이등병.
사수였던 상병은 평소 이등병에게
폭언과 욕설. 가혹행위를 일삼았는데
사건당일에도 화진포초소에서
이등병에게 가혹행위를 했다.
평소보다 더 심한 가혹행위.
상병은 자기 분을 다 풀고는
내가 그랬던것처럼 쪽잠에 빠져들었고
그 사이 이등병은
2층에 올라가 수류탄을 입에 물고
폭사하였던 사건이다.
사건발생 날짜를 보았다.
내가 156초소에서
의문의 소리를 들었던 날인
12월2x일과 같은 날..
순간 온몸에 소름이돋고
살면서 처음으로
바지에 오줌을 지릴뻔했다.
누구한테 말해봤자
기억하고있는 놈도 없을테고
믿어주지도 않을테고
그저 당시 같이 근무서던
부사수와 서로 지린 오줌을 닦아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항상 같은 반응이였다.
"참나. 귀신같은게 어딨어ㅋㅋ"
모든 초자연적인 현상/영적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그저 인간의 착각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이 일을 겪기 전까지는 말이다.
전에 쓴 썰에서도 몇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난 대한민국 최전방 철책경계부대인
GOP에서 복무했었다.
휴전선을 중심으로
북으로 2km. 남으로 2km
이격시켜 설치되야하는 철책.
그러니까 남과 북의 거리는 4KM가 되야한다.
그러나 이 거리를 지키는 섹터는 거의 없다.
파주 모 사단의 경우
북gop와 남gop의 거리는
1km가 채 되지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약 700m)
내가 있던 섹터는
북측과 남측의 이격거리가
약 2km가 조금 넘었으며
평균 해발고지가 1400정도 되어
겨울에는 여기가 진정
한국인가 햇갈릴 정도로 별세상이된다.
여튼 잡설이 길었네.
겨울의 어느 날 이었다.
GOP는 근무 시 3개조로 나뉜다.
주간야 - 낮. 일출시간(EENT)를 기준으로 근무시간이 변경되지만 겨울에는 낮이 짧기에 약 6~7시간 근무
전반야 - 초저녁. 일몰시간(BMNT)를 기준으로 약 3시간 근무
후반야 - 밤부터 새벽. 약 12시간 이상
나는 부사수와 함께
후반야 근무에 투입되었다.
평상시와 다름 없는 근무였다.
지겹도록 내리는 눈과
깨질듯이 시려운 손과 발.
기온은 영하25도를 넘어갔으며
바람과 습도를 고려한 체감온도는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매서운 겨울이였다.
고글이 없으면
순간순간 눈을 깜빡일때마다
눈알 겉이 뻑뻑할정도로 춥다.
부사수인 김일병과 나는
철책 순찰을 진행하며
다음 초소로 이동하고있었다.
원래 초소가 설치되는 지점은
전략적 요충지.
그러니까 고지대라던가
능선의 끝부분.
혹은 계곡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적 관찰이 용이한곳에 초소가 위치하게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고지대에 점령초소가 있었다.
155초소.
그곳을 점령함으로써
적 감시를 하는것인데..
그 날은 눈이 많이와서
대대장 지시사항으로
고지대에 위치한 155초소는
낙상사고의 위험으로 인해
점령을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그 인근 초소인
156초소를 점령하라고
명령을 받았다.
기존 GOP초소는
대공초소나 벙커를 제외하면
네모난 창고처럼
1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이 기본이다.
하지만 156초소는 2층건물이다.
마치 대공초소처럼
1층에는 작은 창문이 뚫려있는
창고처럼 되어있고 2층에는
문이 달려있는 방처럼 되어있다.
마찬가지로 계단을 이용해
156초소 2층으로 이동중에
낙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1층을 점령하였고
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수인 나는
구석탱이에 자리를 잡고
쭈구려 앉아 부사수에게 말했다.
"누구 오나 잘 보고있어새꺄"
너무추워 눈물도 얼어버리는
혹독한 철원의 1400산속이지만
초소점령간에 자는 쪽잠은
포기할 수 없는 행복이다.
GOP근무중에 흡연은 절대불가이다.
하지만 겨울 후반야는
약 12시간 이상씩 근무를 서는데
흡연자들 입장에서는 고역이다.
더군다나 추울때 피는 담배가
더 꿀맞이 아니겠는가?
또한 눈 앞에는
마치 히말라야를 연상시키는
눈으로 뒤덮힌 새하얀 산들이
하얀 파도처럼 보이는 별천지.
이곳에서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하게될것이다.
여튼 이런 눈보라 속에서
간부들의 순찰은 없을것이라 판단되어
담배를 하나 물었다.
걸리면 징계지만
2년여간의 군짬밥을 믿고
나름 결단을 내린것이다.
그렇게 담배까지 피고 다시
쪽잠을 청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딱. 딱. 딱"
둔탁하고 일정한.
또 아주 가까이서 들리는 익숙한
소리에 잠을 깼다.
김일병을 쳐다보았다.
그 역시
놀란 토끼눈이 되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다시 들리는 소리
"딱. 딱. 딱"
군생활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내본 소리일것이다.
서있을때 군화 뒷굼치끼리
서로 부딫힐때 나는 소리다.
소리는 우리가 근무중인
1층초소가 아닌
바로 위 2층초소에서부터
분명하고 확실하게 들려왔다.
나와 김일병은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대화를했다.
"야. 위에 누구 올라갔냐?"
"아닙니다. 아무도 안올라갔습니다"
"아씨발..부소초장 짱박혀 숨어있었나보다좃됫다"
우리가 156초소 도착전에
이미 부소초장인 박용호중사가
156초소 2층을 점령하고
대기하고있었다 판단했다.
간부가 있는데도
까맣게모르고 1층에서
담배피고 잔거다.
저 새끼가 날 ㅈ같이 생각한다면
정식으로 징계위원회 회부시켜서
휴가 다 자르던지 영창가는거다.
점령시간인 60분동안
어떤 처단을 받을까 걱정하며,
또 그나마 내 죄를 조금이나마
만회해볼까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전방감시를 했다.
그 와중에도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딱. 딱. 딱"
중간중간 한숨소리도 들려왔는데
주변에 민가도 없고
소음이 생길만한 원인이 없어서 그런지
바로 귀 옆에서 하는것처럼
분명하고 또렷한 한숨소리였다.
"하.."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하며
어느 덧 1시간이 지나고
저 멀리서 다음 밀조가 오는게 보였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FM으로
다음조에게 수화를 한걸로기억한다.
"정지.정지.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태양"
눈치 없는 다음조
박병장은 평소와 다름 없다.
"야 나야~별일없지?"
"정지!정지!정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태양!"
나는 일부로
156초소 2층에 숨어있는
부소초장이 들을 수 있도록
조정간을 돌리는 소리를 크게 내며
수화를 요란스레 냈다.
그제서야 눈치 챈 박병장은 응답을한다.
"방송"
"잠시 신원을 확인하겠습니다.
4보 앞으로"
그렇게 다음조와의 인수인계를 진행하는데
박병장이 날 쏘아붙인다.
"오늘은 뭔지랄이여또~부사수 교육하냐?"
"아이 박병장님도참!
여기는 적과 코앞에서 조우하는
최정방아닙니까 최전방!
항상 조십하는겁니다 박병장님~"
말은 이렇게하는 와중에
손으로 위를 가르키며
입모양으로는 "부소초장님" 이라고
눈치를 줬다.
그러자 박병장이 말한다.
"뭔개소리야?
부소초장 대기초소에서 뻗었던데?
나 지금 대기초소에서 있다오는겨"
그럼 누굴까
사단에서 나온 순찰관일수도있다.
그러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갑자기 박병장의 부사수인
최이병이 2층초소를 향해
LED전조등을 비춘다.
겁대가리도 없고
눈치도 없는 이병새끼.
차라리 끝까지 모른척하는게
더 좋은데 말릴 틈도 없이 일을 저지른다.
LED전조등의 불빛을 따라
2층초소를 쳐다보는데..
어라?
문이 잠겨있다.
잠금장치나 열쇠로 잠겨있는게 아니고
할램가 힙합하는애들이 하고다닐법한
두꺼운 쇠사슬로 꽁꽁 잠겨있다.
...?
그럴리가 없는데..
부사수에게 올라가 확인해보라
지시하려다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직접 올라가서 확인해보기로했다.
계단을 올라가
창문 안으로 전조등을 비춰보았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네..뭐지..
궁금증만 남겨두고
다시 철책순찰을 나갔다.
그렇게 한참 철책순찰을 진행하는데
멀리서 누군가 소리지르는걸 들었다.
사소한것이라도 청취하였을때
상황실에 보고하는것이 원칙이라
인근 초소에 들려 보고를 하는데
상황병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
156초소 점령중이던
박병장과 부사수가 지른 비명.
둘은 근무시간중임에도
불구하고 무단이탈하여
대기초소로 뛰어왔으며
근무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 둘은 막사로 복귀하였고
중대장과 통신병 하나가
그들을 땜빵하기위해 대신
근무에 투입하였다.
후반야 근무가 끝난 후
막사 복귀하였더니 분위기가
개판이였다.
상황병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03시10분 박병장 156초소 점령.
03시30분 의문의 소리 청취 보고.
03시32분 의문의 소리 재청취 보고
03시37분 의문의 소리 재청취 보고.
몇번의 청취와 보고의 반복.
그리고는 04시 안되어
초소이탈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무단으로 이탈하여
부소초장이 자고있는
대기초소로 온것이다.
그들이 들은 소리는
내가 들었던 소리와 같았다
"딱. 딱. 딱"
"딱. 딱. 딱"
처음에는 박병장도
누가 짱박혀있나싶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곧 들려온 소리로 인해
본인의 의무를 망각하고
그저 겁먹은ㅈ개처럼 도망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딱딱딱탁딱딱딱딱딱"
마치 바로 귀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하지만 절대로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로 군화발 부딫히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단근무지 이탈과
상관명령 불복종. 경계근무소흘 등등
갖가지 죄명으로 입창하였으며
결국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갔다.
그리고 그 일도 서서히 잊혀져갔다.
약 1년여간의 GOP생활이 끝나고
후발교대부대가 인수인계를 위해
우리 부대로 올라왔다.
당시 개말년이었던 나는
근무를 열외받는 대신
부대물자 및 GOP교범들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수많은 서류를 중대장실에서
꺼내오는 도중에 눈이 가는
서류뭉치를 발견했다.
우리가 있던 GOO섹터를
'백운대'라고 지칭했는데
-백운대 사건/사고 기록부-
이런식의 교범이였다.
민간인이 나물 채취하러
민통선 넘어 야산 들어왔다가
미확인지로 폭사
- 민간인출입통제철저
짬 버리던 취사병
멧돼지에 받쳐 중상
- 짬 버릴때 2인1개조 이동철저
등등 사건이나 사고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현장사진이
첨부되어 있었고 해결책도 짧게
써있는 형식이었다.
원래 고어물을 좋아했던터라
무삭제원본 사진을 재밌게 보며
내려가는데 눈에 익은 사진이 보였다.
화진포 고가초소.
가혹행위 피해이등병 수류탄자살..
초소의 사진은
분명 156초소였다.
옛 이름은 화진포초소였다.
예상대로 대공감시를 겸하는
고가초소였기에 2층으로 되어있었다.
1980년대.
화진포초소에서 근무를 서던
아무개 상병과 이등병.
사수였던 상병은 평소 이등병에게
폭언과 욕설. 가혹행위를 일삼았는데
사건당일에도 화진포초소에서
이등병에게 가혹행위를 했다.
평소보다 더 심한 가혹행위.
상병은 자기 분을 다 풀고는
내가 그랬던것처럼 쪽잠에 빠져들었고
그 사이 이등병은
2층에 올라가 수류탄을 입에 물고
폭사하였던 사건이다.
사건발생 날짜를 보았다.
내가 156초소에서
의문의 소리를 들었던 날인
12월2x일과 같은 날..
순간 온몸에 소름이돋고
살면서 처음으로
바지에 오줌을 지릴뻔했다.
누구한테 말해봤자
기억하고있는 놈도 없을테고
믿어주지도 않을테고
그저 당시 같이 근무서던
부사수와 서로 지린 오줌을 닦아주던
기억이 생생하다.